페라리 FF
  • 류민
  • 승인 2012.07.27 00:00

FF는 412와 456, 612의 뒤를 잇는 4인승 페라리다. 612와 마찬가지로 네 개의 시트를 실내에, 거대한 V12 엔진을 차체 앞쪽에 품고 있다. 하지만 612는 뒷바퀴를 굴리는 반면 FF는 네 바퀴를 굴린다. FF는 ‘페라리 포(Ferrari Four)’의 약자. 4인승과 사륜구동을 의미한다. 한편, FF는 시속 335㎞의 최고속도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4인승 자동차’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페라리는 자동차 경주에 뿌리를 둔 회사다. 때문에 이제껏 후륜구동만 고집해 왔다. 사륜구동을 허락하지 않는 경주가 대부분인 까닭이다. 하지만 FF는 페라리 최초의 사륜구동 모델이다. FF가 페라리 역사상 가장 독특한 모델이라 불리는 이유다. 눈밭 질주 가능한 페라리가 현실이 됐다. 게다가 FF는 페라리의 첫 슈팅 브레이크 모델이다. 슈팅 브레이크는 사냥가기 편한 차에서 유래됐다. 영국에선 왜건 형태를 뜻했다. 하지만 최근엔 쿠페와 왜건 스타일을 합한 모델을 뜻한다. 그래서 FF의 옆모습은 이전 페라리와 다르다. 짧은 앞 오버행과 긴 보닛, 뒤로 누운 A필러 등 옆모습의 앞부분은 영락없는 FR 스포츠카다. 그러나 B필러부터 지붕 실루엣이 달라진다. 612의 지붕은 B필러를 지나 완만하게 떨어졌던 반면 FF의 지붕은 왜건마냥 꽁무니에서 가파르게 떨어진다.



앞모습은 영락없는 페라리다. 커다란 격자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양옆을 부풀린 보닛, LED를 촘촘히 수놓은 헤드램프로 박력 있는 인상을 완성했다. 뒷모습에도 페라리의 강렬한 인상이 너울졌다. 해치도어가 생소하긴 해도 날 세운 트렁크 리드와 원형 테일램프, 네 개의 머플러를 품은 범퍼와 디퓨저가 페라리의 혈통을 과시하고 있다. 실내 레이아웃은 612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좌우대칭 대시보드와 가운데 붙인 3개의 송풍구, 오디오와 공조장치로 이어지는 센터페시아 등이 그대로다. 하지만 전체 짜임새가 눈부시게 발전했다. 사실 가죽으로 도배한 612의 실내는 고급스럽기보단 부담스러웠다. 시골총각이 고급 수트만 걸친 꼴이었다. 군데군데 허점이 많았다. 심지어 가죽을 엮은 부분의 바느질이 삐뚤빼뚤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FF의 실내는 빈틈이 없다. 패널의 곡선과 대시보드·도어트림을 가로지르는 바느질 등이 한층 더 화려해졌다. 패널 단차도 확연히 줄었다. 스티어링 휠에선 페라리의 뿌리, F1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일반적인 스티어링 휠은 크루즈 컨트롤과 오디오 리모컨 등의 편의장비를 다는 반면 FF의 스티어링 휠은 주행 관련 장치를 달았다. 주행 특성을 바꾸는 마네티노와 시동을 걸고 끄는 스타트 버튼, 심지어 방향지시등과 와이퍼 스위치까지 전부 스티어링 휠에 달았다. 운전에 집중하라는 의도가 다분히 페라리답다.



한 가지 재미있는 옵션이 있다. 속도와 엔진 회전수 등을 볼 수 있는 조수석용 표시창이다. 뒷좌석은 성인 두 명이 편히 앉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앞좌석 헤드레스트 뒷면에 뒷좌석용 모니터를 옵션으로 달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450L, 뒷좌석을 접으면 800L로 늘어난다. 스키스루도 갖췄다. 페라리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넉넉하고 실용적인 트렁크다. 슈팅 브레이크 스타일이어서 가능했다.



FF의 심장은 V12 6.2L 직분사 엔진이다. 최고출력 660마력(8000rpm), 최대토크 69.5㎏·m(6000rpm)의 힘을 낸다.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맞물려 0→ 시속 100㎞ 가속을 3.7초 만에 해치운다. 최고속도는 4인승 자동차중 가장 빠른 속도인 시속 335㎞다. 공인연비는 6.5㎞/L다. FF 구동계의 핵심은 페라리 4RM(4Ruote Motrici, 사륜구동을 뜻하는 이태리어) 시스템이다. 페라리는 페라리 고유의 주행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때문에 페라리의 4RM은 일반적인 사륜구동 시스템과 구조가 다르다. 일반적인 FR 레이아웃에 앞바퀴를 굴릴 수 있는 ‘PTU(파워 트랜스퍼 유닛-구동력 배분장치)’를 더한 구조다.



위부터 FF 구동계 레이아웃, PTU 투시도, 4RM 작동 예시


보통 사륜구동 시스템은 변속기를 거친 구동력이 차동장치 또는 클러치를 거쳐 앞뒤 바퀴에 전달된다. 하지만 페라리 4RM은 엔진을 앞바퀴 뒤쪽으로 최대한 밀어 넣고 크랭크샤프트 앞쪽에 앞바퀴 구동을 위한 작은 변속기와 다판 클러치를 품은 PTU를 단다. 두 개의 변속기로 앞뒤 구동력을 완전히 분리한 것이 특징이다. 페라리 4RM은 평소엔 뒷바퀴만 굴린다. 페라리의 고유 주행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앞바퀴는 전자장비가 뒷바퀴 미끌림을 감지하거나 운전자가 마네티노 설정 스위치를 웨트(WET) 또는 아이스-스노(ICE-SNOW)로 변경했을 때 구동된다.



PTU의 변속기는 전진 두 개, 후진 한 개의 기어로 구성돼 있다. 두 개의 전진기어는 뒷바퀴가 1~4단 기어로 주행할 때 필요에 따라 클러치와 맞물려 앞바퀴를 굴린다. 한편, 앞바퀴엔 전체 구동력 중 최대 20%까지 배분된다. 또한 PTU의 다판 클러치는 좌우 바퀴에 힘을 자유자제로 제어하는 토크벡터링 기능도 한다. 페라리 4RM은 구조가 단순하다. 그래서 일반적인 사륜구동 시스템보다 50% 가볍다. 또한 PTU는 앞바퀴와 수평으로 놓인다. 때문에 엔진이 차체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다. 앞뒤 무게배분을 47:53으로 맞출 수 있던 비결이다.



위 FF, 아래 612 스칼리에티


아울러 이런 ‘프런트 미드십’ 엔진 배치는 FF가 슈팅 브레이크 형태를 갖게 된 원인 중 하나다. 612도 프런트 미드십 배치였다. 뒷좌석도 GT 모델답게 넉넉했다. 하지만 FF는 PTU를 달기 위해 612보다 엔진을 안쪽으로 더 밀어 넣었다. 때문에 승객실도 뒤쪽으로 이동했다. 612 같은 쿠페 스타일로는 뒷좌석 확보가 어려웠다. 그래서 페라리는 뒷좌석을 뒤로 밀어도 공간 확보가 가능한 슈팅 브레이크 스타일을 택했다. 결국 FF의 겉모습은 주행성능에 대한 페라리의 고집이 빚어낸 결과였다.



페라리는 FF를 출시하며 FF가 눈길과 흙길을 달리는 사진을 배포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페라리답게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FF의 가속성능과 최고속도 역시 수퍼카 수준이다. 또한 성인 네 명이 편히 앉을 수 있는 시트와 넉넉한 트렁크도 품었다.


FF를 보고 있으면, 페라리가 FF를 ‘최고의 익스트림 GT´라고 부르는 이유가 납득이 간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페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