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古) 모터쇼인 `2017 뉴욕 오토쇼`가 얼마 전 막을 올렸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라는 타이틀은 빼앗긴 지 오래지만, 그럼에도 미국이 지니는 자동차 시장의 상징성은 디트로이트를 비롯한 여러 모터쇼를 통해 여전히 증명되고 있다.
무수한 메이커들이 출품작을 통해 자신들의 솜씨를 떨치는 와중에, 미 대륙의 기상을 가장 잘 담아낸 자동차가 보였다. 링컨 내비게이터였다.
링컨은 `아메리칸 럭셔리`를 표방하는 포드 그룹의 럭셔리 브랜드로, 최근에는 자사의 아이코닉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컨티넨탈`을 다시금 부활시킨 바 있다.
마치 `타운카`를 SUV화 하여 만든 듯한 초대 내비게이터는 당시 SUV 붐이 불던 미국 시장에 내놓았던 링컨의 풀사이즈 SUV였다. 1998년 1세대 출시 이후 명맥이 끊겼던 적이 없이, 지속적으로 변하는 링컨의 디자인 세대와 함께 변해왔다. 단, 둔중하면서 꽁무니를 길게 빼고 있는 실루엣은 변함없이 유지해왔다.
링컨 내비게이터는 기본적으로 미국 시장만을 겨냥하여 제작되는 차량에다, 판매대수가 많은 편도 아닌 지라, 꾸준하게 상품성 개선과 내외관 디자인만 시대와 발맞춰 바꿔주면 됐을 뿐, 대대적인 변경은 필요치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초대 모델 출시 이후 플랫폼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해당 시장에선 경쟁이 치열한 편이 아니었기에 링컨은 다소 방관하는 자세로 임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 SUV 시장이 점차 커지며 풀사이즈 SUV 시장을 비롯한 고수익 카테고리 차량들이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미 최대 경쟁 브랜드인 캐딜락은 신형 에스컬레이드를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했고, 링컨은 절치부심하며 새로운 내비게이터를 내놓기로 했다.
짧지만 화려하게 빛났던 `스플릿 윙` 세대가 저물고, 링컨은 자사의 아이코닉 모델이었던 컨티넨탈을 부활시킴과 함께 디자인 큐를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화려하고 개성있었던 `스플릿 윙` 그릴은 다소 모호했던 링컨의 성격을 화려하면서도 젊은 감각으로 변모시켜 준 일등공신이었다. 다만, MKC를 비롯한 비교적 컴팩트한 차량들에게는 차량의 성격과 잘 어울렸으나, 상위 모델로 갈수록 다소 가벼운 느낌을 주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결국 MKZ의 페이스리프트를 시작으로 링컨 디자인이 변모하기 시작했다. 특히 꽤나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던 컨티넨탈이 다시금 라인업에 복귀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린 것이다.
신형으로 돌아온 내비게이터는 컨티넨탈과 MKZ의 디자인 큐를 이어 받았다. 거대한 매시 타입 그릴은 무난한 모양새지만, 클래식한 느낌을 전하며 새로운 링컨 모델들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크롬과 LED로 전면부를 수놓으며 화려한 얼굴을 만든다.
간만에 세대 변경을 통해 돌아왔으나 내비게이터 특유의 실루엣은 여전히 남아있다. 육중한 차체에 꽁무니를 길게 뺀 모습은 영락없는 미국제 풀사이즈 SUV임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새로운 링컨의 디자인을 이어받았음에도, 차체 곳곳이 큼직큼직하게 디자인되어 색다른 인상을 안겨준다. 아울러 프런트 펜더에 `NAVIGATOR` 레터링을 달아 자부심을 표했다.
컨셉트 시절, 화려함의 절정을 보여준 걸윙 도어는 사라졌으나, 럭셔리한 감각의 실내 레이아웃은 어느 정도 틀을 유지했다. 돌출형 모니터에는 `SYNC 3`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기본으로 탑재되고, 컴팩트한 버튼 구성과 버튼식 기어 조작 시스템으로 공간 효율을 최대로 높여 수납 공간을 다수 만들어냈다.
특히 실내에는 전 좌석을 `퍼스트클래스`화 하겠다는 링컨의 의지가 깃들었다. 2열은 독립형 구성을 통해 마치 쇼퍼드리븐 차량과 같은 느낌을 만들고, 커다란 차체를 활용하여 3열에도 넉넉한 공간을 통해 최대 7인 탑승을 가능케한다. 어느 좌석이든 넉넉한 공간을 통해 승객들로 하여금 편안한 주행을 선사할 것이다.
거대한 차체는 종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알루미늄 합금을 섀시에 적용하여 차체 중량을 90kg 가량 줄였다. 또한 풀사이즈 SUV의 상징과도 같던 V8 엔진 대신 V6 3.5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을 튜닝하여 성능을 향상시켰다. 해당 엔진은 최고출력 450마력을 내뿜고, 10단 자동변속기와 매칭시켜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주행성능을 만든다. 1세대 내비게이터가 5.4리터 V8 엔진에 리터당 50마력이 채 되지 않는 성능을 냈음을 감안하면 링컨 입장에서도 격세지감을 느낄 만한 성능이다.
최첨단 편의장비도 여럿 챙겼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과 전방 주차보조 시스템은 물론, 어댑티브 헤드램프를 적용하여 한층 편리한 주행을 돕는다. 또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같은 고급 주행 보조 장비도 적용했다.
링컨 내비게이터는 점점 유럽적인 색깔로 물들여지는 아메리칸 럭셔리의 제 방향을 다잡았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미국적인 풀사이즈 SUV를, 가장 미국적인 럭셔리 브랜드가 만든 것이 바로 내비게이터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정면대결을 펼칠 신형 내비게이터는 올 4분기 출시를 예정하고 있으며, 차량 가격은 6만 5천 달러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