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간 인수합병전 - 뭉쳐야 산다
  • 김상혁
  • 승인 2017.12.15 15:29

같은 업계에서 동류의 상품을 내놓는 기업은 모두 경쟁관계에 높여있다. 상대보다 잘 만들어야 하고 잘 팔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경쟁상대보다 특출한 기술이나 마케팅, 도드라진 특징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자동차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브랜드별로 특징은 있겠으나 자동차 산업 전체로 본다면 기술적 지향점, 제품의 퀄리티 등 한데 어우러져 있는 공통분모가 꽤나 많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독점’이 사실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러한 이유로 자동차 제조사들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처럼 힘을 합쳐 위기를 타개하기도 하고 미래 지향적 비전을 제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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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자동차 회사 간 합병은 현대, 기아자동차다. 현대자동차가 1998년 경영난에 시달리던 기아자동차의 주식을 약 51% 인수하며 한식구로 맞아들였다. 당시 포드, 대우, 삼성 등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기아자동차의 높은 부채로 인해 발길을 돌려야 했고 최종적으로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품게 된 것인데 현대자동차는 인수 직후 곧바로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자동차 부분의 경영을 일원화하고 플랫폼 통합, 부품 공용화, 낮은 경쟁력의 차종은 단종 시키면서 이듬해 기아자동차는 흑자로 전환, 숨통이 트이게 됐고 현대자동차와 함께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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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에서 M&A 하면 빠질 수 없는 그룹이 폭스바겐이다. 폭스바겐은 1937년 베를린에서 설립됐다. 천재라고 불리는 페르디난트 포르쉐에 의해 비틀이 만들어지고 독일은 물론 해외에서도 기록적인 판매를 이어가며 승승장구했다. 사세를 넓혀가던 폭스바겐은 1964년 다임러 벤츠로부터 아우토 유니언을 사들였고 스페인의 세아트, 체코의 스코다, 이탈리아 부가티 등 문어발식으로 자동차 회사들은 품에 안았다. 형제라고 할 수 있는 포르쉐를 비롯해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 브랜드도 산하에 두고 있으며 오토바이, 상용차 등 영역을 파괴해가며 흡수했는데 폭스바겐 역시 플랫폼 공유와 부품 공용화 등을 통해 신차 개발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이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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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폭스바겐도 제너럴 모터스(이하 GM) 앞에서는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한다. 1908년 첫발을 뗀 GM은 마치 수집광처럼 자동차 회사들을 보이는 족족 사들이며 사세를 키워왔다.​ 이는 제품군을 다양화하여 더욱 폭넓게 대응하고자 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GM의 설립자인 윌리엄 듀란트는 원래 마차 제조사를 운영하는 사람이었는데 자동차 회사였던 뷰익이 경영악화로 휘청거리자 잽싸게 뷰익을 사들이면서 본격적인 자동차 업계에 뛰어들었다. 뷰익에 이어 그해 올즈모빌까지 흡수하면서 GM의 이름을 달았다. 이후에도 캐딜락, 엘모어, 래피드, 쉐보레, 폰티액 등의 자동차 기업을 줄줄이 흡수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GM의 수집벽은 대륙을 넘나들었다. 스웨덴의 사브,​ 독일의 오펠, 영국의 복스홀, 심지어는 극동에 있는 대한민국의 대우자동차(승용자동차 부문 한정)까지 인수하는 등, 거의 전세계에 다리를 걸쳤다. 그러나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여파로 휘청거리며 다수의 브랜드를 정리했다. 최근에는 PSA에 오펠을 넘기며 북미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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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 국면에서 흡수가 되는 쪽은 자금난 해소와 경영 정상화를 통한 위기탈출을, 흡수하는 입장에서는 해당 제조사를 인수하여 어떻게 활용하여 이윤을 확대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폭스바겐 산하의 아우디와 람보르기니가 그 좋은 예 중 하나다. 두 기업은 폭스바겐 산하에서 엔진은 공유하되 서로 다른 디자인과 브랜드 특성을 극대화하여 서로 다른 영역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우디 R8은 출시 당시 4.2리터 V8기통 엔진을 달고 나왔지만 재미를 보지 못하자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에 탑재된 5.2리터 V10기통 엔진을 얹으며 상품성을 높였다. 이후에도 우라칸과 같은 엔진을 얹으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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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특징이 가장 잘 나타나는 부분은 플랫폼 공유다. 같은 그룹 안에서 플랫폼을 공유하며 다양한 차종을 찍어낸다. 폭스바겐 그룹의 경우 골프, 티구안, 아우디 A3, TT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으며 르노 닛산은 캐시 카이, 메간, SM6 등이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다. 현대 기아자동차는 스포츠 세단인 스팅어와 G70이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으며 니로와 아이오닉도 같은 플랫폼에서 나온 모델이다. 플랫폼 공유로 인해 원가를 절감하고 다양한 모델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으며 대량생산도 수월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동일한 사이즈와 모양으로 모델이 출시되는 것도 아니어서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으니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는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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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 간 합병은 기술적인 이점과 유통망 확대, 경영난 등 다양한 이유로 합병이 이뤄져 왔다. 인수합병에 있어서 양사 간의 지향점과 구조적 상황, 시장 변동 사항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한집 살림을 차린다면 중, 장기적으로도 넘치는 경쟁력을 확보한다. 하지만 단순히 몸집 불리기에 그친다면 이 집, 저 집 팔려 다니는 신세에 놓일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의 인수합병은 기술과 기술이 만나고 문화와 신념이 결합되는 것이기 때문에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만 반대로 마이너스 효과를 마주할 위험성도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다임러 크라이슬러 합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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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8년 다임러AG와 크라이슬러는 '세기의 ​결혼' 등으로 불리며 한 집 살이를 시작했다. 부푼 꿈을 안고 출발한 다임러크라이슬러는 1999년 순이익 약 14억 달러, 한화로 약 1조 5천억 원에 달하는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으로 바라봤고 근 시간 내에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고급차 시장을 공략 하던 벤츠와 대중차를 바탕으로 둔 크라이슬러는 융합되지 못했고 독일 기업문화와 미국 기업문화의 차이로 불화만 쌓여갔다. 가시밭길만 걷던 다임러크라이슬러는 결국 2007년 벤츠가 크라이슬러의 손을 놓으면서 자동차 회사 간 인수합병 최악의 실패 사례 중 하나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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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대 이슈가 됐던 PSA의 오펠, 복스홀 인수는 PSA를 유럽의 패왕으로 만들었다. PSA는 약 23억 달러(한화 약 2조 5,800억 원)를 들여 폭스바겐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회사가 됐고 시장 점유율도 약 17%가량 거머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 내의 소비자들과 독일정부 등도 GM보다 PSA를 더 신뢰한다는 점이 플러스 요인이었다. 하지만 PSA가 GM에 인수금액의 일부를 반환해달라는 요구를 하면서 삐걱거리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오펠의 엔진이 노후화돼서 EU가 제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다. EU의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이 강화되는 2020년까지 기술 개발이나 개선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어쩔 수 없이 초과 배출에 대한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GM이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에 대한 전략을 전혀 강구하지 않고 있었다고 해설될 수도 있지만 이유가 어찌 됐던 PSA는 첫 발걸음부터 삐딱선을 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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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전기차 저변 확대 등 시장 영역이 넓어지고 IT 기술 및 정보 통신이 접목되면서 최근에는 자동차 회사와 배터리 기술 업체, IT 업체 간 이종 교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각자 두드러진 특징과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잘 버무리지 못하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최강의 히어로를 모아놓은 영화 저스티스리그가 개연성 없는 스토리로 각각의 특성을 살리지 못해 혹평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결국 자동차 회사들의 합병이 어벤저스가 될 것인지, 저스티스 리그가 될 것인지는 각 사의 특성과 지향점을 어떻게 버무려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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