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쿠퍼S 쿠페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2.10.12 00:00

쿠페가 등장한 건 2011년. 쿠페의 첫인상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몸통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뒷문을 단 컨트리맨 보다도 낯설었다. 마치 차체의 위쪽을 다른 차와 합성한 것 같았다. 뛰어난 비례와 디자인으로 정평 난 해치백 미니가 머릿속에 선명히 각인된 탓이었다.



쿠페는 미니 중 가장 화끈한 스포츠 모델. 뒷좌석을 뜯어내고 헬멧 모양의 지붕을 뒤집어썼다. 공기 저항이 심하다는 이유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내던 바짝 선 A필러와 앞 유리도 13도나 눕혔다. B필러 쪽으로 기울은 C필러 덕분에 나름 빵빵한 엉덩이도 생겼다. 때문에 쿠페는 ‘통짜’ 뒤태의 기존 미니들과는 다른, 이른바 ‘3박스 스타일’의 형태를 갖춘다. 엉덩이 위쪽엔 스포일러도 달았다. BMW 그룹 최초의 전동식 스포일러다. 시속 80㎞에 다다르면 올라오고 시속 60㎞ 이하가 되면 들어간다. 실내등에 붙은 스위치로도 작동할 수 있다. 스포일러는 쿠페의 주행 안정성을 높여주는 숨은 주역. 고속에서 지붕을 타고 넘는 바람을 이용해 꽁무니를 무려 40㎏의 힘으로 눌러준다.




헬멧 모양의 지붕과 뒤로 누운 A필러, 통통한 엉덩이 등으로 인해 쿠페는 마치 악동처럼 보인다. 하지만 원형 헤드램프와 매끈하게 둥글린 보닛으로 이뤄진 앙증맞은 얼굴은 해치백 미니와 같다. 탄탄한 옆모습을 연출하는 넓적한 도어와 깜찍한 사이드미러, 짜리몽땅한 앞뒤 오버행도 그대로다. 판판한 트렁크와 벌집 모양의 패널을 붙인 뒤 범퍼, 구석구석에 붙은 크롬 패널 등도 여전하다. 실내 구성도 해치백 미니와 거의 같다. 특히 운전석 풍경이 판박이다. 기울어진 앞창과 자그마한 옆창 때문에 시야가 조금 답답할 뿐이다. 지붕은 23㎜ 낮아졌지만 머리 위쪽 천정을 오목하게 파내 불편함은 없다. 스티어링 컬럼에 붙인 타코미터와 쟁반만한 속도계가 그대로다. 아기자기한 느낌 내는 반짝이는 크롬 장식과 토글스위치, 4개의 원형 송풍구 등도 여전하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면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쿠페는 완벽한 2인승. 뒤쪽엔 시트대신 짐 공간과 승객실을 나누는 격벽이 세워져 있다. 격벽 아래쪽엔 골프백의 윗부분도 밀어 넣을 수 있는 크기의 스키스루가 있다. 짐칸 크기는 클럽맨 보다 20L 큰 280L. 트렁크가 해치도어라 짐 싣기도 편하다. 시승차는 미니 쿠퍼S 쿠페. 공기를 압축해 엔진에 강제로 밀어 넣는 터보차저, 엔진의 숨통을 조절하는 벨브트로닉, 연소실에 연료를 직접 뿌리는 직분사 시스템 등을 짝지은 직렬 4기통 1.6L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 184마력을 5500rpm에서, 최대토크 24.5㎏·m를 1600rpm부터 뿜어내는 해치백 미니 쿠퍼S와 같은 엔진이다. 변속기는 6단 자동이다.



무게는 해치백 미니 쿠퍼S보다 오히려 25㎏ 무겁다. 때문에 가속 성능과 최고속도, 연비 등이 해치백 미니 쿠퍼S와 크게 다르지 않다. BMW가 밝힌 쿠페의 0→ 시속 100㎞ 가속시간은 7.1초, 최고속도는 시속 224㎞, 공인연비는 14.5㎞/L다. 뒷좌석을 들어내고 전동식 스포일러까지 달았건만. 해치백 미니와 차이 없는 ‘직빨’ 성능에서 실망할 수도 있다. BMW가 미니 쿠페를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건 차체 강성이다. 쿠페는 해치백 모델이 아닌 컨버터블 모델을 밑바탕 삼는다. 보통 지붕이 없는 컨버터블은 필요 충분한 강성을 확보하기 위해 차체 바닥을 더욱 꼼꼼히 여민다. BMW는 이런 컨버터블 차체에 지붕을 씌워 강성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뒷좌석을 들어낸 것도 강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쿠페의 B필러와 C필러는 위쪽이 맞닿아 있다. 직선으로 맞닿은 구조가 더 튼튼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뒷좌석 공간을 포기했기에 가능했다. 헬멧 모양의 지붕도 이 부분을 가리기 위한 디자인이다. 실내의 등 뒤를 가로지른 격벽에도 강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물이 들어있다. 가속성능과 최고속도 등은 해치백 미니와 비슷하지만, 쿠페는 해치백보다 빠른 차라 할 수 있다. 강성을 높인 까닭에 엔진의 힘을 좀 더 편히 꺼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해치백 미니 쿠퍼S의 경우 가속 페달을 마음껏 밟고 타긴 조금 부담되는 차였다. 반듯하게 뻗은 길에서야 씽씽 달려댔지만 거친 노면에서 앞머리를 비틀며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체가 요동치기 일쑤였다.



그러나 쿠페는 해치백과 다르다. 쿠페의 승차감은 해치백 보다 더욱 묵직하고 부드럽다. 노면에서 받은 둔탁한 충격을 단단한 차체가 분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면 상태에 개의치 않고 마음껏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다. 자세도 한층 더 안정적이다. 코너에서 묵묵하게 버티는 인내력은 한층 더 높아졌고 성난 말처럼 앞뒤로 들썩이던 피칭 현상도 확연히 줄었다. 쿠페만을 위해 갈고 닦은 서스펜션도 한 몫 한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을 꺾으며 가속 페달을 밟을 땐 여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뜸 들이다 와장창 힘을 쏟아내는 쿠퍼S의 터보 엔진 특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꼬부랑길에서 속도를 높이려면 발목과 양팔을 휘젓는 행위를 아주 세심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쿠페와 친해진 이후,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는 경계를 넘나들며 코너의 궤적을 타고 달리는 재미가 끝내줬다.



미니 쿠퍼S 쿠페는 누구나 쉽게, 빨리 달릴 수 있는 차는 아니었다. 특히 뒷좌석과 맞바꾼 가치를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아 보였다. 얼핏 성능이 해치백의 쿠퍼S와 별반 차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단단한 차체에서 나오는 쿠페의 든든한 주행안정성을 발견한 이후 오감이 짜릿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쿠페와 함께한 3박4일. 쿠페에 숨겨진 가치가 헬멧 모양 지붕에서 비롯됐다는 건 깨닫는 순간, 악동 같던 외모가 아주 사랑스럽게 보였다. 쿠페는 운전 좀 즐긴다 하는 사람에게는 더 없이 좋은 장난감이었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이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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