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산업에서 광고를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단순히 TV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동안 짤막하게 나오는 CF 광고는 기본이고 이제는 소비자의 시각에 직, 간접적으로 노출되며 광고 효과를 노리는 방법은 이제 보편화됐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광고 상품이 진열되어 있거나 배우들이 해당 제품을 사용하며 은연중 상품을 홍보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내 방에서 편안하게 앉아 시청하는 TV뿐 아니라 팝콘과 콜라를 사들고 찾는 극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 시작 전 지루하게 기다리는 동안 노출되는 광고 영상은 집중도가 높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제품도 몰입도에 따라 관람객 의식 깊은 곳을 노릴 수 있다. 그러한 이유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PPL은 TV 프로그램보다 스케일이나 비중 면에서 화려한 편이다.
최근에 개봉해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블랙 팬서 역시 스케일과 화려함으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블랙 팬서에서 눈에 띄었던 PPL 광고는 렉서스였다. 블랙 팬서는 가상의 국가 ‘와칸다’와 가상의 물질’비브라늄’의 임팩트가 워낙 큰 탓에 웬만한 물건들은 눈에 들지 않는다. 반면에 렉서스 LC500은 블랙 팬서 액션신과 자동차 추격신이 버무려진 상황에서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영화 속 블랙 팬서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다. 민첩하게 움직이고 강한 힘과 운동 능력의 소유자다. 그런 능력자의 움직임과 함께 LC500이 추격전을 벌이니 역동성이 더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거기에 더해 원격조종으로 주행하면서 첨단 기술에 대한 기대감까지 불어넣어버렸다.
LC500은 영화에서처럼 총알을 막아내는 방탄 기능이나 원격조종 기술이 적용된 차는 아니다. 하지만 블랙 팬서처럼 역동적인 움직임을 가져올 수 있는 스포츠 쿠페임은 확실하다. LC500은 5.0리터 V8 엔진을 얹어 약 477마력의 최고 출력과 55.1kg.m의 최대 토크 성능을 지녔다. 여기에 10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했다. 흡기 시 일어나는 공명음을 특정 주파수의 음압으로 상승시켜 엔진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사운드 제너레이터로 주행감성도 신경 썼다.
또한 배기 밸브의 개폐 흐름을 바꿔 배기음과 음압을 컨트롤, 주행 상황에 따라 배기 사운드를 전달한다. 밸브가 닫힐 때는 배출가스 저감으로 배기음이 최소화되고 밸브가 열릴 때는 배기를 테일 파이프로 흘려보낸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LC500이 가진 스펙일 뿐이지만 기대감을 가지기엔 충분하다.
영화를 보면서 블랙 팬서와 LC500 조합이 의외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단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다름 아닌 디자인 호감도부분이다. 렉서스 특유의 스핀들 그릴은 소비자들에게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요소 중 하나다. 신선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소비자가 있는 반면에 괴기스러운 디자인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 옆으로 날카로운 눈매를 연상시키는 3-BEAM LED 헤드램프까지 더해졌으니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그런데 흑표범 형상의 마스크를 쓴 블랙 팬서가 LC500 지붕 위에 엎드린 장면을 보면 어떤가? 묘하게 닮아있다. 찢어진 눈매도 그렇고 날카로운 V라인이나 마스크 형태까지도 말이다. 약 3시간에 걸친 상영시간 중 단 몇 초뿐이지만 뇌리에 박히듯 강렬했던 장면이었다. LC500의 추격을 받으며 달리고 부서지고 폭발했던 토요타 ‘4러너’가 상대적으로 큰 인상을 주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추격신 마지막에 등장한 레인지로버 스포츠에 비하면 강력한 존재감이긴 하지만.
과거 아우디는 마블의 히어로 영화 ‘아이언맨’에 R8, R8 스파이더, A8 등을 노출시켰다. 아이언맨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애마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소비자에게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었다. 람보르기니도 마블의 히어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 우라칸을 노출시켰고 흥행과 함께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영화 제작사는 다르지만 ‘DC’의 히어로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E 클래스 카브리올레, AMG 그란투리스모 콘셉트카를 지원했다. 해당 영화는 혹평을 받았지만 메르세데스 벤츠의 차량은 상당한 주목을 끌어온 바 있다.
이처럼 히어로 영화에 등장한 자동차는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반응 얻어왔다. 긍정적인 반응은 당연히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나아가 판매량에도 기인하는 요소다. 렉서스도 과거 성공적인 사례를 기대하며 블랙 팬서와 손잡았던 것. 또한 영화 개봉 전 2018 슈퍼볼 광고에서 블랙 팬서와 LC500의 역동적인 케미로 재미를 봤다. 여기에 영화가 개봉과 동시에 흥행몰이를 하고 있으니 렉서스 브랜드 상승과 LC500의 인지도까지 기대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