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케이터햄 펀 트랙 데이’
  • 김상혁
  • 승인 2018.07.3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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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9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케이터햄 펀 트랙데이’가 열렸다. 케이터햄 영국 본사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아 조립, 판매하는 스피드카코리아가 주최하고 영진 약품, 브리지스톤 코리아, PPG, 뷔르트 코리아 등이 후원한 케이터햄 펀 트랙데이는 ‘잠자고 있는 아드레날린을 깨우자’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됐다. 

이날 서킷 드라이빙, 현역 레이서의 원 포인트 레슨, 서킷과 슬라럼, 드리프트 택시 체험 등의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끌었는데 프로그램 못지않게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은 어린애 장난감 같은 케이터햄 세븐의 외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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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애 장난감 취급하며 세븐에 올랐다간 인생의 주마등을 마주할지 모른다. 낮고 작은 차체의 몸무게는 고작 540kg, 여기에 1.6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올리고 5단 수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최고 출력 135마력, 최대 토크 16.8kg의 성능을 지녔다. 누군가는 여전히 콧방귀를 뀔지도 모른다. 어린애 장난감의 성능이 조금 좋을 뿐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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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케이터햄 세븐은 최첨단 장비의 수많은 도움과 간섭을 받으며 주행하는 최신 자동차와 다르다. ABS, ESP 등 운전자는 돕는 기술 따윈 전혀 존재하지 않고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의 힘으로 꺾고 돌려야 하는 원칙을 고수한다. 또한 경량화를 위해 차체를 알루미늄으로 두들겨 붙였었다. 철저하게 달리는 재미를 추구한 탓이다. 차체 골격과 롤바, 바람을 막아주는 윈드 실드 정도만이 운전자를 고려한 듯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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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터햄은 첨단 장비가 덕지덕지 붙어가는 흐름에도 본질을 고집해왔다. 1957년 로터스 창업자 콜린 채프먼이 (Colin Chapman) 작고 가벼운 스포츠카를 만들며 세븐이 탄생하게 됐는데 1973년 로터스의 브랜드 방향성에 따라 세븐은 생산 중단이라는 상황을 맞았고 로터스 대리점을 운영하던 그레이엄 니안이 제조권 및 생산시설을 인수하며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로터스의 품을 떠난 케이터햄은 꾸준히 드라이빙 본연의 세포를 유지해왔다. 물론 그동안 엔진, 서스펜션 등을 매만지긴 했지만 기본적인 골격이나 전통은 지켜오며 초경량 스포츠카의 자부심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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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터햄 세븐의 매력은 서킷 위에서, 슬라럼 현장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데 후륜구동방식에 가벼운 차체는 재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탄성이 절로 나오는 선회 능력은 세븐에 올라탄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연신 괴성을 지르며 엄지를 치켜세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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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민첩한 선회 능력으로 타이어 굉음은 쉴지 모르고 낮은 차체는 노면과 달라붙어 속도감이 극대화된다. 또한 사방을 뻥 뚫린 구조가 바람을 곧이곧대로 받으면서 뼛속까지 쾌감을 침투시킨다. 자신보다 두 배는 더 큰 녀석들 사이에서 웅장한 엔진 사운드를 내뿜으며 존재감을 확실하게 새겨 넣는다. 마치 ‘이 구역의 제왕이 바로 나다.’라고 말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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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오소독스한 케이터햄 세븐도 인증 문제로 국내 도로에서 달릴 순 없다. 오로지 서킷에서만 매력을 뽐낼 수 있는 한정적인 스포츠 카다. 공도를 달릴 수 없으면 어떠하리? 사자는 초원에 있을 때 가장 위엄이 서는 법이고 호랑이는 숲에 있을 때 가장 위협적인 존재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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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터스포츠 문화의 확산과 서킷 주행을 즐기는 마니아들이 많아지며 케이터햄 세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케이터햄 세븐이 원초적 본능에 충실하기 때문인데 이를 위해 스피드카코리아는 마니아들의 안전 및 주행 쾌감 극대화를 위한 아카데미 스쿨도 운영하고 있다. 

아카데미 스쿨에서는 다양한 코스에서 필요한 능력 향상을 위한 슬라럼 어택, 드리프팅 교육, 숙련된 인스트렉터와 1:1 교육을 진행한다. 아카데미 스쿨에서 레이싱 스킬을 익힌 마니아들은 모터스포츠에 한층 더 관심을 기울이고 참여도 늘기 마련이다. 이는 곧 국내 모터스포츠 문화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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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학 스피드카코리아 대표 역시 “모터스포츠 문화 교류의 장이 펼쳐지길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열린 트랙 펀 데이는 다채로운 코스를 경험하고 즐거움을 찾아가는 길라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원메이크 레이스를 계획하고 있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국내에서 모터스포츠 및 서킷 문화는 상당히 폐쇄적이다. 업계 종사자 및 마니아층은 오픈 마인드로 임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가 바라볼 때는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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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케이터햄 펀 트랙 데이에 참여한 마니아들의 모습을 본다면 겹겹이 쌓였던 선입견도 무너져 내렸을 테다. 부부가 함께, 아이와 함께 트랙 데이에 참여해 자동차를 탐하고 주행을 즐기며 케이터햄이 그린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함께했으니 말이다. 케이터햄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펀 트랙 데이, 즐거운 국내 모터스포츠 문화를 위해서도 응원해야될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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