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SLK 200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3.05.31 00:00

메르세데스-벤츠의 소형 로드스터, SLK-클래스가 3세대로 거듭났다. 이전보다 한층 더 과격해진 외모와 고급스러워진 실내가 특징이다. 효율은 약 25% 개선됐다. 하지만 SLK 특유의 성격은 그대로다. SLK(Sport, Light, Kompakt)라는 이름처럼, 작고 가볍고 스포티하다. 고유의 운전감각도 여전하다. 묵직하되 부드럽다.



SLK의 K는 ´Kompakt´의 머리글자다. 독일어로 작다는 의미다. 이전세대 SLK는 이 단어가 잘 어울렸다. 어느 각도에서 봐도 발랄한 느낌을 냈다. 뾰족한 헤드램프는 고양이를 연상시켰다. 당당한 이미지를 위해 담아낸 SLR의 디자인 요소가 무색할 정도였다. 간결하게 다듬은 옆모습도 늘씬했다.


그러나 신형 SLK는 다르다. 분위기가 확 변했다. 이전과 달리 남성미가 가득하다. 앞모습은 바짝 세운 콧날과 넓적한 라디에이터 그릴로 완성했다. SL-클래스 뺨치게 박력 있다. 특히 피부에 와 닿는 크기가 압권이다. 이전보다 조금 커졌지만, 체감은 늘어난 수치 이상이다. 어딜 가도 대접받을 수 있을 만큼 존재감이 확실해졌다.



한결 우락부락해졌지만, 공기저항계수는 이전보다 0.02 낮은 Cd 0.30다. 보닛과 범퍼 등의 사소한 선 하나마저 ´맞바람´을 고려해 그은 결과다. 그릴과 공기흡입구의 일부분도 실제로는 막혀있다. 실내로 들이치는 공기의 흐름은 ´에어 가이드´로 비틀 수 있다. 지붕을 열었을 때, 머리 뒤쪽에 붙은 투명 패널을 꺾으면 외부에서 유입되는 바람은 물론 소음까지 줄어든다. 이전에는 칙칙한 그물망을 덧대야 했다.


옆모습은 길게 뻗은 보닛을 중심으로 빠듯하게 엮었다. 여기에 곧은 선과 판판한 면을 더해 탄탄한 느낌을 냈다. 뒷모습도 확연하게 달라졌다. 앞모습과의 균형을 위해 구석구석 날을 세웠다. 머플러 팁까지 사각으로 다듬었다. 그런데 앞 펜더에 붙인 방열구멍 모양 장식과 도어로 내려 단 사이드미러는 아쉬운 부분이다. 차체를 짧아 보이게 만든다.



이전과 비슷한 모양의 지붕도 ´옥에 티´다. 힘을 잔뜩 준 차체와 어울리기엔 지나치게 매끈하다. 하지만 지붕 무게는 줄었다. 뼈대를 마그네슘 합금으로 빚어 6㎏을 덜어냈다. 차체 위쪽이 가벼워지면 여러 이점이 생긴다. 일단 무게중심이 낮아진다. BMW M3와 같은 고성능 모델이 탄소섬유 지붕을 다는 결정적인 이유다.


그런데 ´하드탑 오픈카´에서는 그 효과가 더 크다. 지붕을 열었을 때의 무게변화가 최소한도로 줄어든다. 운전감각이 지붕 위치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건 큰 장점이다. 무게가 가벼워진 탓일까, 지붕을 닫고 달릴 때의 잡소리도 사라졌다. 천정을 유리로 덮은 파노라믹 루프와 그 유리의 명암을 조절할 수 있는 매직 스카이 컨트롤(MSC)은 옵션으로 준비된다. 지붕 열거나 닫는 데는 약 20초가 걸린다.




실내 분위기도 이전과 딴판이다. 눈부시게 화려하다. 얼핏 SLS, SL 등과 비슷하게 보일 정도다. 반듯한 대시보드, 제트엔진 모양의 송풍구, 네모진 센터페시아 등이 판박이다. 소재도 달라졌다. 스티어링 휠과 시트에는 태양열 반사 가죽을 씌웠다. 각종 플라스틱 패널의 마무리도 한층 더 매끈해졌다. 그 결과 내구성에만 급급했던 이전에 비해 한결 더 촉촉해졌다. 


편의 장비 역시 늘었다. 이전세대 동급 SLK의 ´옵션´은 벤츠라고 하기엔 다소 민망한 수준이었다. 이젠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품은 커맨드 시스템과 ´풀 오토 에어콘´을 기본으로 단다. 탑승자 목덜미에 따스한 바람을 뿜는 ´에어스카프´도 여전하다. 짐 공간도 키웠다. 크기는 평소 335L로 골프백과 보스턴 백 각각 한 개씩을 삼킨다. 지붕을 접어 넣었을 때도 225L나 남는다. 



시승차는 SLK 200. 최고 184마력, 27.5㎏·m의 힘을 내는 직렬 4기통 1.8L 터보 엔진을 단다. 수퍼차저를 어울렸던 이전 SLK 200과의 차이는 가속감각에서 바로 드러난다. 회전 상승에 따라 점진적으로 힘을 내던 이전과는 딴판이다. 초반에 뜸들이다 힘을 와장창 쏟아내는 까닭에 꽤나 폭력적이다. 4기통치곤 ´사운드´도 제법 거칠다.


느낌만이 아니다. ´제로백´도 이전보다 1.5초나 빠른 7.0초다. 높아진 가속성능에는 5단에서 7단으로 ´업그레이드´한 변속기도 한 몫 한다. 연비와 최고속도를 높인 주인공이기도 하다. 신형 SLK 200의 연비는 10.6㎞/L. 연비 측정 방식이 바뀌었는데도 이전보다 높아졌다. 개선을 마친 7G-Tronic Plus 변속기는 기어를 내려 물 때 회전수 보정까지 마친다. 기어를 갈아타는 시간도, 변속충격도 확연하게 줄었다.





고속 안정성은 역시 벤츠답다. 고속 코너도 안정적으로 돌아나간다. 휠베이스가 기아 모닝보다 조금 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거동은 이전보다 든든하다. 앞쪽 서스펜션을 멀티링크 구조로 바꾼 덕분에 탄력이 넘친다. 특히 자세를 가다듬는 과정이 한층 더 안정적으로 변했다. 한동안 2세대 SLK 200을 탔었기에 이런 차이들이 단박에 와 닿았다.


물론 꽁무니가 바짝 따라 오는 느낌은 그대로다. 때문에 몸놀림이 경쾌하고 핸들링이 즐겁다. 그런데 굽이진 길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허리에 느껴지는 심리적 안정감은 높은데 한계가 매우 낮았다. 타이어는 연신 비명을 질렀고 자세제어 장치가 쉴 새 없이 작동했다. 문제는 타이어였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시승차에는 친환경 타이어가 달려 있었다. 브리지스톤의 ´투란자 ER300 에코피아´였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한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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