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징의 열풍 속에서 6기통을 외치다 - SM7 노바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4.11.10 00:00

르노삼성자동차에서 신세대 SM7을 내놓은 지 3년이 지난 지금, SM7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부분 변경 작업이 행해졌다. 흔히 `페이스리프트`라고도 불리는 부분 변경은 신차 효과를 재창출해내고, 소비자의 이목을 환기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SM7에 이루어진 부분 변경 역시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 화장을 고치고 새로운 느낌으로 소비자들 앞에 다가선 SM7을 만나본다. 시승차는 RE모델로, 2.5리터 V6 엔진을 장착한 모델 중 최상위 모델이며, 뒷좌석 VIP패키지, 스마트 커넥트, 파노라마 선루프 등의 선택 사양이 적용된 모델이다.



디자인 면에서는 기존의 SM7도 늘씬한 실루엣에 어울리는 말쑥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SM7 노바의 대대적인 성형수술은 기존의 늘씬한 형상을 좀 더 부각시켜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노바`라는 별칭과 함께 변화한 SM7의 얼굴은 눈매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이 크게 변화했다. 모기업인 르노의 최근 디자인 경향이 반영되어, 기존의 얌전한 인상에서 보다 도전적인 인상으로 거듭났다. 블랙 하이글로스 페인팅과 절제된 크롬 라인들이 조화를 이루는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시작해서 범퍼 하단까지 이르는 변화는 기존에 비해 시각적으로 공격적이고 동적인 느낌을 준다.






측면과 후면은 기존 SM7의 것을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진 얼굴의 역동적인 변화는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디자인 요소들과 원만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스포티한 요소가 전반적으로 분포하는 SM7 노바의 디자인이 기존 모델의 디자인에 비해 완성도가 높아진 느낌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전장은 4,995mm, 전폭은 1,870mm, 전고는 1,480mm이고, 휠베이스는 2,810mm이다. 시승차인 SM7 RE는 전용 18인치 알로이 휠과 225/45 R18 타이어를 사용한다.



실내는 기존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내를 아우르는 매끈한 곡선들과 우드그레인과 메탈 장식, 그리고 블랙 하이글로스 페인팅까지 아낌 없이 적용되어 있는 점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 하지만 유광으로 처리된 부분이 많아, 주간 운행에서 난반사가 많은 점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스티어링 휠은 SM5와 같은 것을 사용하고 있다. 3 스포크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은 가죽과 우드그레인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손에 쏙 들어오는 굵기의 림을 지니고 있다. 계기판은 중앙의 다기능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두 개의 크롬링을 두른 원형으로 구성된다. 속도계의 숫자 표시가 프랑스 식의 30, 50, 70 순이 아닌 일반적인 20, 40, 60 순으로 표기된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르노삼성의 Wi-Fi를 이용한 스마트 커넥트 시스템으로, 휴대폰 화면을 미러링할 수 있는 기능을 SM7 노바부터 마련했다. SK텔레콤 이용 고객에 한해, T맵과의 연동 기능을 지원한다. KT나 LG텔레콤 사용자들은 별도의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여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SM7은 독자적인 퍼퓸 디퓨저를 적용하여,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만들어 준다. 카트리지 형태의 방향제를 삽입하면 향기가 에어컨 송풍구로 직접 토출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오디오는 BOSE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SM7의 앞좌석은 푹신하고 부드러운 착좌감을 지니고 있다. 시트의 형상도 몸을 잡아주는 능력보다는 안락함에 집중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운전석은 2개의 메모리 기능과 8방향 전동 조절 기능을 지원하며, 수동으로 작동되는 요추 지지대가 포함되어 있다. 앞좌석 양쪽에는 3단계로 조절되는 열선 기능은 물론, 통풍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





VIP패키지가 적용된 뒷좌석은 대형 세단다운 넉넉한 공간을 제공하며, 앞좌석에 준하는 안락한 착석감을 지니고 있다. 머리, 어깨, 다리 공간이 모두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으며, 뒷좌석 우측은 쇼퍼 드리븐을 위한 기능들이 강화되어 있다. 뒷좌석에 제공되는 편의사양은 2단계 열선기능과 측면 및 후면 그늘막, 쇼퍼드리븐(Chauffeur-Driven)을 위한 조수석 조절 기능은 물론, 뒷좌석 등받이의 각도 조절기능과 오디오 리모컨 등이 적용된다.


르노삼성 측이 밝힌 SM7의 총 트렁크 용량은 500리터. 최대 길이는 100cm, 최대 너비는 110cm, 최대 높이는 50cm라고 한다. 측면과 상단 부분에 자잘한 돌출부가 많은 편이고 오른쪽 뒷바퀴 뒤편의 공간은 배터리 박스때문에 격벽으로 막혀 있어, 그다지 시원스러운 공간감을 보여주진 못한다. 하지만 실제 짐을 넣어보면, 500리터라는 용량이 무색하지 않은, 넉넉한 공간을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승차인 SM7 RE에는 2.5리터의 닛산 VQ25 유닛이 장착되어 있다. 현재 국내 대형 승용차 시장에서 동급 모델 중 유일하게 V6를 고수하고 있다. 최고출력은 190마력/6,000rpm, 최대토크는 24.8kg.m/4,400rpm이다. 변속기는 닛산의 자회사인 자트코의 자동6단 변속기. 이 파워트레인 구성은 2011년 시장에 신고식을 치른 이후,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는 3.5리터 모델도 마찬가지.



SM7은 정숙하고 쾌적한 6기통 엔진과 자동변속기의 조합이 돋보인다. 6기통 엔진의 매끄러운 회전질감을 바탕으로, 잔 진동도 적은 편이고 소음도 크지 않다. 필연적으로 다소 거친 회전질감을 지니게 되는 4기통 엔진에 비해, 한층 고급차다운 정숙성과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거기다 부드러운 감각의 하체를 통해, 안락한 승차감을 보인다.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을 시작하자, 차제가 잠시 움찔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V6 엔진의 또렷한 사운드와 함께, 차체가 본격적으로 추진을 시작하는 시점은 그 다음이다. 스포츠 모드임에도 불구하고, 가속 페달의 반응이 한 템포 늦게 들어 온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실제 가속력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하다. 0-100km/h 가속 시간이 10초 코 앞에서 간신히 끝난다.



이는 V6 엔진과 변속기의 역량은 물론, 전반적인 세팅에서 오는 특징으로 볼 수 있다. 2.5리터 V6엔진이 가진 제원 상의 출력은 경쟁자들에 비해 그다지 모자란 구석은 없다. 그러나 변속기가 발목을 붙잡는다. 자트코의 6단 자동변속기는 수동과 자동 모드에 관계 없이, 최고출력이 발휘되는 6,000rpm에서 가차 없이 변속을 단행한다. 심지어는 수동 모드에서도 6,000rpm에서 칼 같이 변속에 들어간다. 이는 과부하에 따른 손상에서 변속기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 듯하다. 변속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다. 이는 수동모드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체결감도 다소 부족하여 때때로 답답한 느낌을 받게 된다.



길이만 5미터에 육박하는 덩치와 마시멜로처럼 부드러운 하체를 감안하더라도, SM7의 운동특성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굳이 인상적인 점을 들자면 탄탄한 느낌의 차체와 스티어링 휠의 조작에 따른 앞부분의 반응 속도다. 때문에 곡선주로가 줄을 잇는 구간에서도 덩치에 비해 의외로 자신감 있는 움직임을 보인다. 그러나 마시멜로처럼 부드러운 하체가 차체의 거동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 덕에 운동 특성은 더욱 둔중하게 느껴지고, 뒷부분이 따라오는 속도도 한 템포 늦다. 이는 변하지 않은 SM7의 성격을 그대로 대변한다. 발 빠른 응답성과 열정적인 달리기보다는 부드럽고 안락한 달리기에 더 집중한 모습은 전형적인 한국식 가족용 세단의 전형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SM7이 일상용 세단의 측면에서 완벽한 것도 아니다. 민감한 데다, 깃털 같이 가볍기까지 한 조향 시스템은 고속 주행에서 불안감을 안기며, 직선구간에서 일반적인 조향 시스템보다 더 잦은 변침을 요구한다. 또한, 발만 가져다 대는 순간 움찔하고 반응하는 가속 페달의 설정도 운행을 다소 불편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연비는 경쟁자들의 4기통 모델들에 비해 결코 좋다고 볼 수 없다. 공인연비만 해도 도심 8.9km/l, 고속도로 12.2km/l, 복합 10.2km/l의 4등급 공인연비를 기록하고 있다. 더군다나 SM7의 경우는 시판 사양으로는 적용되지 않는 16인치 휠과 215/55 R16 규격의 타이어로 해당 연비를 기록했다는 의혹도 있다. 실제로 운행하며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연비는 도심-혼잡 평균 5.8km/l, 도심-원활 8.3km/l, 고속도로(100km 정속주행) 연비는 12.7km/l였다.



2.5리터 V6 엔진을 사용하는 SM7은 SE와 LE, 그리고 RE의 세 가지 모델로 운영된다. SE 모델은 3,040만원, LE 3,240만원, RE가 3,490만원(모두 VAT 포함). 시승차는 최고 등급인 RE 사양에 110만원의 파노라마 선루프와 265만원의 뒷좌석 VIP 패키지가 적용되어, VAT포함 차량 가격이 3,865만원에 이른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다운사이징 열풍 속에서 이미 SM7의 유력한 경쟁자들인 현대 그랜저나 기아 K7 등은 주력 파워트레인을 4기통 엔진으로 대체한 지 오래다. 게다가, 현대 그랜저의 경우, 근래 들어 디젤 파워트레인이라는 회심의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그러나 SM7은 여전히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쓰는 전통적인 대형차의 전형을 유지하고 있다.


고효율을 내세우는 다운사이징 파워트레인이 시장의 주류로 통하고 있는 근래에도 여전히 전통적인 6기통 대형차의 가치를 내세우고 있다. 중형 세단인 SM5는 1.6 TCE 엔진과 1.5 dCi 디젤 엔진의 적용으로 다운사이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데 반해, SM7은 여전히 고전적인 6기통 파워트레인을 내세우며 이를 `유러피언 프리미엄`이라 외치고 있다.



이는 분명히 시장의 주류에 역행하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물론 SM7은 6기통 엔진의 대형차가 갖는 본연의 장점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4기통 엔진으로는 흉내내기 어려운 6기통 엔진의 정숙성과 쾌적함을 두루 갖추고 있으며, 안락함을 지향하는 승차감은 분명 전통적이자 전형적인 국산 대형차들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또한, 성공적인 성형수술을 통해, 더욱 매력적인 외모로 거듭났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나날이 까다로워져만 가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두루 만족시키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변혁이 요구되는 부분이 외모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좀 더 핵심적인 부분에서의 변혁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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