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나비안 스포츠 세단의 정의 - 볼보 S60 T5 R-Design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4.12.30 00:00

볼보의 스포츠 세단, S60에 특별 사양인 R-디자인 이 지난 10월, 국내 시장에도 출시되었다. 새로이 개발된 직렬 4기통 엔진과 아이신 제(製) 자동 8단 변속기를 중심으로 하는 DRIVE-E 파워트레인을 바탕으로, 더 정제된 성능과 가치, 그리고 효율성을 목표로 한다. S60 T5 R-디자인은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볼보 세단 모델 중 유일한 R-디자인 사양이기도 하다. VAT를 포함한 차량 기본 기격은 5,250만원. 내년 초에는 4기통 엔진에 수퍼차저와 터보차저를 함께 사용하여, 3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내는 `T6 R-디자인` 모델도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볼보의 R-디자인은 볼보의 모터스포츠 전통을 대변하는 라인업이다. 볼보는 자국에서 열리는 스웨덴 투어링카 선수권 대회는 물론, 영국 투어링카 선수권 대회, 호주의 바서스트 1000, 글로벌 랠리 컴페티션, 동아프리카 사파리 랠리 등의 다양한 모터 스포츠에 참전해 왔다. 1965년도의 아크로폴리스 랠리에서의 우승, 1994년도의 투어링카 선수권 대회서 최초로 왜건 경주차를 내보내는 등의 활약을 했다. 그 이후, 1996년부터 스웨덴의 모터스포츠 기업, 폴스타(Polestar)와의 제휴로, 각종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더욱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볼보는 R-디자인의 `R`이 `레이싱(Racing)`을 상징하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더욱 내세우는 점이 있다면 `정제`, `세련` 등을 뜻하는 `Refinement`의 `R`이라는 점이다. 레이싱이 아닌, `정제`를 내세운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R-디자인은 하드코어한 고성능 모델이라기보다는, `정제`된 설계(디자인)를 통해 일반형 모델들과는 차이를 있는 감흥을 얻게 하고, 보다 세련미를 살린 스포티한 디자인을 통해, 기존 모델들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물론, S60은 그 기본기가 탄탄하게 다져진 스포츠 세단이다. 하지만 여기에 R-디자인의 담금질을 거친 S60 R-디자인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S60 T5 R-디자인의 첫 인상은 현재의 볼보 `R`은 물론, 그 파트너인 폴스타까지 상징하는 컬러로 자리 잡은 선명한 빛깔의 레벨 블루(Rebel Blue) 색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매끈하고 날렵한 실루엣의 차체 라인을 따라 흐르는 선명한 푸른 빛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또한 R-디자인 만을 위한 전용 외장 사양은 다소 나긋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던 S60에 보다 용맹하고 도전적인 정통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인상을 불어 넣었다.






디테일에서도 일반형 모델과 다른 감각으로 마무리되어 있는 것도 특징이다. 무광 처리된 아이언마크와 고광택 블랙 페인팅, 그리고 R-디자인 뱃지로 완성된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로 첫 인상부터 다르게 다가온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큐 어시스트 등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밀리파 레이더의 커버 역시, 라디에이터 그릴과 같은 고광택 블랙 페인팅으로 마무리 되었다. 레이더 범퍼의 형상 역시 일반형 모델과는 사뭇 다른 공격적인 스타일로 만들어져 있다. 그 외에도, 반광 실버 페인팅의 사이드미러 커버는 물론, 전용의 18인치 Ixion 알로이 휠, 무광 그레이 및 블랙 패널로 마무리된 리어 디퓨저와 총포의 강선(腔線)을 연상시키는 테일 파이프 등, R-디자인만을 위한 스포티한 터치가 곳곳에 적용되어 있다.






실내 역시, R-디자인 모델만을 위한 전용 테마로 마무리되어 있다. 블랙 모노톤을 기본으로 하면서 흰색 스티칭을 악센트로 삼은 인테리어는 전용 스포츠 시트, R-디자인 뱃지들, R-디자인 전용 투-톤 컬러 센터 스택,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의 전용 테마 등을 통해, 일반형 모델들과는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내며, R-디자인 만의 독특한 감각을 전달해 준다.



S60 T5 R-디자인에 적용된 스포츠 시트는 등과 허리를 편안하게 감싸주는 것은 물론, 차체의 격렬한 움직임 속에서도 운전자의 몸을 든든하게 잡아준다. 또한, 전반적으로 단단함 보다는 안락함에 중점을 둔 듯한 착석감은 장거리 운행에서 그 이점을 발휘한다.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8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과 3단계의 열선 기능을 제공하며, 운전석 한정으로 3가지의 메모리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




뒷좌석은 허리에 자연스럽게 감겨오는 착좌감을 갖고 있다. 3단계의 열선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뒷유리의 햇빛을 막아 줄 차양도 마련해 두었다. 뒷좌석을 위한 송풍구는 B필러에 마련되어 있다.공간은 가족용으로 사용하기에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늘씬하게 뽑아낸 C필러의 형상을 감안하면, 머리 공간은 무난한 수준이며, 다리 공간은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트렁크 용량은 380리터로, 넉넉하다고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하지만 돌출부가 적어, 쓰임새가 좋은 편이고, 가벼운 짐을 임시 고정하기에 좋은 그로서리 홀더도 기본 적용 되어있다. 6:4 분할 식의 리어시트와 스키 쓰루 기능도 지원하여, 적재 공간의 부족을 제한적으로 극복할 수는 있다.



S60 T5 R-디자인은 245마력/5,500rpm의 최고출력과 35.7kg.m/1,500~4,800rpm의 최대토크를 가진 2.0리터 4기통 싱글 터보 엔진이 올라간다. 변속기는 DRIVE-E 모델들 공통의 자동 8단 기어트로닉이 사용된다. 도심 10.0km/l, 고속도로 15.0km/l, 복합 11.7km/l의 공인 연비를 갖는다.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S60 T5 R-디자인은 전반적으로 무난한 정숙성을 보인다. 회전 질감은 대체로 매끄러운 편에 속하고, 저회전에서의 진동도 적은 편이다. 여기에 이중접합 라미네이트 글라스를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등의 N.V.H 대책이 외부 소음의 유입량을 꽤나 줄여준다. 또한, 노면의 요철을 탄력적으로 걸러내는 하체 덕에, 승차감도 일상을 방해하지 않는 정도를 지니고 있다. 일상적인 운행 환경에서는 일반형 S60과 크게 다른 점을 찾아내기 어렵다. 스스로 스포츠 섀시라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와는 약간의 거리가 있는 느낌이다. 이 섀시에서 `스포티`한 느낌을 받게 될 때에는 거친 노면이나 큰 요철을 넘나들 때이다. 이 때에는 튼실하고 절도 있게 충격을 받아 내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튼실함은 고속에서 발군의 안정감을 만들어주는 요인이 된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엔진을 다그치기 시작하면, 엔진의 소음이 차내로 흘러들며, 차체가 부리나케 전진을 개시한다. 가속감은 대체로 시원스런 편에 속한다. 속도계의 바늘이 올라 갈수록, 회전계의 바늘이 고회전으로 다가 갈수록 엔진은 보다 높은 음색을 토해낸다. 싱글 터보 엔진이지만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비교적 고르게 토크를 내어주는 덕에, 가속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8단 자동변속기는 분주하게 엔진과의 보조를 맞춘다. 0-100km/h 가속은 6.3~4초 만에 이루어진다. 가속은 1단에서 50km/h을 넘기 직전에 2단으로, 2단에서 90km/h에 다다를 즈음 3단으로 변속되며 100km/h를 돌파한다.



하지만 엔진의 질감 자체는 다소 건조한 느낌이 든다. 부드럽고 정숙한 감각을 지닌 엔진의 특성으로 보인다. 또한, S모드에서의 가속 페달 반응도 독일제 스포츠 세단에 비해서는 반 템포 정도의 여유가 있다. 스포츠 세단이 갖는, 운전자를 통렬하게 자극하는 맛이 미묘하게 부족함을 느끼게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속도계는 지칠 줄 모르며 올라간다. 또한, 고속 주행에서도 탄탄하게 노면을 붙들어 매는 안정감 역시 인상적이다. 일반형 S60에 비해, 안정감에서 보다 발전된 느낌을 준다. 이 부분은 R-디자인에서 느낄 수 있는 첫 번째 차이점이다.



하지만 R-디자인의 차이가 좀 더 확실하게 드러나는 때는 굽이길이 이어지는 와인딩 로드를 헤쳐 나갈 때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R-디자인이 입혀진 S60은 보다 적극적이고 정교한 감각을 제공한다. 일반형 S60에 비해 좀 더 묵직한 조향감각은 물론,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면서 나타나는 차체 전/후방의 반응도 보다 전투적으로 느껴진다. 균형감이 좋은 차체와 꽤나 절묘한 타협점을 찾아낸 서스펜션 덕분에 급격한 곡률의 곡선 주로에서도 안정감이 쉽사리 흐트러지지 않는다. 브레이크는 S60의 중량과 성능을 충분히 뒷받침해 줄 만한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밟을수록 제동력이 상승하는 특성을 보이며, 일상적 주행과 격렬한 주행 모두 무난하게 소화해 낸다.



S60 R-디자인의 핸들링에서 인상에 남는 점이 있다면, 굽이길 안쪽의 정점을 향해 달려 들어가는 느낌과 정점을 지나 굽이길을 탈출 할 때까지의 움직임이 보다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기본적인 조향 특성 자체는 일반형 S60과 크게 다르지 않은 뉴트럴에 가까운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여준다. 자신감 있게 굽이길을 소화하는 모습에서 비로소 R-디자인의 차이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준다. 깔끔하고 안정적이며, 운전자가 적극적으로 차를 다룰 수록 나타나는 R-디자인의 능력은 독일산 스포츠 세단에도 대항할 수 있을 만한 정교함과 즐거움으로 되돌아온다.



주행 질감과 성능에서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볼보 S60 T5 R-디자인은 편의성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특히, 레이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정밀한 수준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일상적 운행에서의 편의성을 크게 끌어 올려준다. 특히,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지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큐 어시스트 기능도 포함되어 있어, 고속(화) 도로에서의 정속 운행에서도, 도심에서의 운행에서도 오른발이 한결 편해진다. 물론, 전자장비에 대한 과신은 금물이니, 상황에 따라서는 운전자의 개입은 필요하다. 그 외에도, 사각지대 경고 기능(BLIS)과 충돌 경고 기능,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 저속 추돌 방지 시스템인 시티 세이프티 등의 각종 안전장비가 탑재되어 있다.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면 스톱/스타트 시스템의 완성도다. 재시동 속도는 무난한 편이지만, 차가 완전히 정지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심심찮게 시동을 끄는 데다, 작동 빈도도 꽤나 들쭉날쭉한 편이다. 1.6리터 디젤 엔진과 6단 더블클러치를 사용하는 D2 파워트레인 모델들에 적용된 것보다도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느껴질 정도다.



연비는 무난한 수준이다. 새로운 DRIVE-E 파워트레인으로 심장을 바꾼 S60 T5 R-디자인은 오늘날의 기준에도 부합하는 연비를 보인다. 실제 운행하며 트립컴퓨터를 통해 기록한 평균연비는 다음과 같다. 아이신 제 자동 8단변속기에 채용된 타력 주행 유도 기능인 `에코 `모드를 이용하며 적극적인 경제운행을 했을 때, 도심(원활) 9km/l 내외, 도심(혼잡) 8km/l 내외, 고속도로는 최대 14.0km/l의 결과가 나왔다.



S60 T5 R-디자인은 탄탄한 완성도를 지닌 스포츠 세단 S60에 R-디자인 만의 차별화된 내외장 사양은 물론,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완성도를 더욱 끌어 올렸다. 보다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감각을 외모에서부터 표현하고 있으며, 운전대를 잡은 손길로도 스칸디나비아 식 스포츠 세단의 남다른 감각을 얻을 수 있다.


(연출된 이미지입니다)

독일식 세단들의 `강렬함`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지만, 자기만의 독자적인 색깔로 운전자를 즐겁게 하며, 운전자에게 차이가 분명한 감각을 전달한다. 또한, 스포티한 감각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으면서도 일상에서 불필요한 자극을 주는 일도 적다. 일상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정숙함과 동승자를 배려한 공간 설계 및 각종 편의 사양은 물론, 안전의 명가인 볼보의 이름에 걸맞은 각종 안전 장비들이 S60 T5 R-디자인의 가치와 매력을 더욱 끌어 올려준다.



독일식 스포츠 세단과도, 일본식 스포츠 세단과도 다른, 스칸디나비아식의 미학과 감성을 표현하고 있는 S60 T5 R-디자인. 자기만의 개성과 감각을 가진, 매력적인 스포츠 세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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