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시장 스테디셀러의 진가를 경험하다 - 캐딜락 SRX 3.0 AWD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5.06.15 00:00

`캐딜락의 SUV`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에스컬레이드`를 으레 거론하게 된다.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중후장대한 사이즈와 그로부터 비롯된 지극히 미국적인 멋과 감각으로 점철되어, 실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인 듯하다. 지난 2015 서울모터쇼에 등장한 신세대 에스컬레이드도 이전 세대에 못지 않은 강렬한 인상을 풍기며 모터쇼 내내 캐딜락 부스의 간판으로 얼굴을 알렸다.



하지만 캐딜락의 SUV는 에스컬레이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캐딜락이 만드는 또 다른 SUV로는 본 시승기의 주인공인 SRX가 있다. SRX는 2004년, 캐딜락 최초의 크로스오버 SUV로서 북미 시장에 데뷔했다. 초대 SRX는 캐딜락 변혁의 구심점이 된 초대 CTS 세단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졌으나, 2009년도부터 도입된 2세대 모델부터는 `GM 세타 프리미엄` 플랫폼을 바탕으로 제작된다. 따라서 현행 모델은 CTS 세단과의 직접적인 접점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SRX는 북미 시장 데뷔 이후, 한 차례의 세대 교체를 거치는 동안, 시장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 하면서 캐딜락의 판매량을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다. 지난 해 캐나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캐딜락 모델이 SRX였으며, 미국 시장에서도 꾸준히 적지 않은 판매고를 올리며 캐딜락 글로벌 판매량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볼륨모델이다. 캐딜락 SRX를 시승하면서 그 진가를 알아 본다. 시승한 SRX는 안전 및 편의 사양이 대폭 증강된 2015년형 모델이다. VAT 포함 가격은 7,100만원.



2세대 캐딜락 SRX의 외관 디자인은 이전 세대 캐딜락 모델들의 디자인과 신규 캐딜락 모델들의 디자인의 과도기에 해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2세대 CTS를 기점으로 하는 `아트 앤 사이언스` 디자인 언어와 ATS를 기점으로 하는 아트 앤 사이언스 디자인 언어의 요소들이 모두 눈에 들어 오기 때문이다. 육중해 보이는 체구를 비롯한 단순한 선과 면에서 2세대의 디자인 요소가, 날카로운 눈매를 비롯한 각각의 디테일에서는 3세대 디자인의 요소가 드러난다.



SRX의 인상은 낮게 내려 앉은 전방 범퍼와 전반적으로 화려하고 큼지막한 디테일들 때문에 공격적이면서도 과장된 느낌이 강하게 든다. 듬직하다 못해, 육중해 보이기까지 하는 덩치도 이러한 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그러면서도 간결한 감각의 실루엣과 측면의 디자인이 화려하기 짝이 없는 전/후면의 디자인과 함께, 기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덩치만큼이나 거대한 방패 모양의 격자무늬 라디에이터 그릴은 번쩍이는 크롬으로 마감되어, 화려한 느낌을 준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중심부에는 큼지막한 캐딜락 엠블럼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뒤편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위한 레이더 및 거리 센서가 장착되어 있다. 일반적인 성인 남성의 머리 크기보다도 더 큰 버티컬 헤드램프의 내부에는 캐딜락 엠블럼과 `V` 형태를 새겨 넣었다. 헤드램프는 제논벌브를 사용하며, 스티어링 휠의 조타각에 따라서 움직이는 `어댑티브 포워드 라이팅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또한, ATS와 3세대 CTS, 그리고 플래그십인 CT6에 이르는 캐딜락 모델들의 수직형 LED 데이라이트 역시 탑재된다.





측면은 간결하고 명료하게 다듬어져 있다. 전방 휀더에 자리한 에어 벤트로부터 시작하여 가파르게 상승하는 벨트라인과 두터운 C필러가 크로스오버 SUV의 스포티한 맛을 자아낸다. 전방 휀더의 에어벤트에는 LED 방향지시등이 내장되어 있다. SRX는 클리어 타입의 버티컬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덕에, 뒷모습에서도 캐딜락의 소생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중앙의 캐딜락 엠블럼과 그 하단의 굵직한 크롬 바 구석에 음각으로 새겨 넣은 캐딜락 로고 등에서 캐딜락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실내는 `캐딜락 CUE 시스템`을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전반적으로 SUV의 느낌보다는 승용 세단의 감각에 가까운 분위기를 낸다. 대시보드를 비롯한 실내 곳곳은 가죽을 부분적으로 적용하고 나무무늬 장식과 무광 금속 마감을 적절히 활용, 고급 SUV로서의 품위를 살렸다. 실내의 전반적인 조립 품질은 독일이나 일본의 프리미엄 브랜드에 못지 않은 완성도를 보인다.



SRX의 계기판은 ATS와 같은 것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가독성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스티어링 휠은 4스포크 형태를 사용하며, 좌우 스포크에 다양한 기능 버튼들이 자리하고 있다. 적당히 가는 림 덕에 손에 쏙쏙 들어 오는 그립감을 주며, 묵직한 조작감을 지니고 있다. 기존의 팝업식 디스플레이와 시계 등을 밀어내고 센터페시아를 꿰어 찬 캐딜락 CUE 시스템은 터치 스크린과 터치패드로 이루어진 조작계통을 가지고 있다. 개폐가 가능한 스크린 하단의 조작 패널 뒤편에는 스마트폰 등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과 USB 포트가 존재한다. CD 삽입구 아래에는 시거잭 라이터와 함께, 작은 물건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기어레버 뒤편에는 탈착식 재떨이가 자리하며, 앞좌석 컵홀더는 2단계로 높이 조절이 가능하다. 센터 콘솔 박스는 8인치 규격의 소형 태블릿을 수납할 수 있다. 오디오는 BOSE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며,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지원한다.



SRX의 앞좌석은 허리받침을 포함, 10방향의 전동조절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3단계의 열선 및 통풍 기능을 지원한다. 운전석 한정으로는, 2개의 메모리 기능과 전후 길이 조절이 가능한 허벅지 받침대가 적용되어 있다. 착석감은 최근의 캐딜락 모델들에서 느길 수 있는 단단한 착석감을 느낄 수 있다.



SRX는 뒷좌석의 공간과 구성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적당히 단단하면서도 안락한 착석감을 지닌 좌석은 물론, 전반적으로 공간이 여유롭게 할당되어 있는 점도 만족스런 부분이다. 이 덕분에 성인 남성이 승차해도 큰 불편이 없다. 울트라뷰 선루프의 개방감도 뒷좌석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부분이다. 그 외에도 상하 2단으로 설계된 도어 포켓과 독립식 공조장치도 뒷좌석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SRX의 뒷좌석에 적용된 별도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SRX의 매력을 더욱 높여준다. 동급의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이 가격대에 이러한 기능을 지원하는 사례가 찾아 보기 어려운 만큼, 이 시스템은 SRX의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캐딜락 CUE 시스템과 연동되는 8인치 디스플레이는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접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또한, 좌우측 탑승자가 서로 다른 미디어 감상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물론, 별도의 볼륨조절 기능과 AUX 단자, SD카드 슬롯, USB 포트를 지원한다. 그 외에도 2개의 12V 전원 소켓을 제공한다.




SRX의 트렁크는 기본 827리터의 공간을 제공하며,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732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비교적 완만하게 내려오는 C필러 라인 때문에 체감 상으로 공간이 다소 좁게 느껴질 여지가 있다. 하지만 실제 사용 면에서 그다지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또한, 최근의 캐딜락 승용 모델들이 뒷좌석 공간과 트렁크 공간 확보에서 크게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에 비하면 SRX는 무난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 외에도 트렁크 공간 내에 설치된 레일을 이용하여, 파티션을 설치할 수도 있다. 이 파티션은 트렁크룸 바닥의 U자 형태의 레일에서 자유로이 이동시킬 수 있으며, 대각선 방향으로의 고정도 가능하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SRX는 캐딜락의 배기량 3.0리터의 V형 6기통 가솔린 엔진과 자동 6단 하이드라매틱 변속기를 사용한다. 3.0리터 V6 엔진은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VVT)와 직분사 시스템이 적용된 엔진으로, 265마력/6,950rpm의 최고출력과 30.7kg.m/3,2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이 엔진은 2세대 CTS를 비롯한 다수의 캐딜락 모델들은 물론, 다른 GM계열 브랜드들에 널리 쓰이며 그 성능과 신뢰성을 검증 받은 엔진이다.



3.0리터의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심장으로 하는 SRX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솔린 모델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정숙함을 지닌다. 차량 외부에서 들리는 소음도 크지 않은 편이다. 정차 중에도, 주행 중에도 운전자의 귀를 거슬리게 하지 않는 정숙함은 특히 만족스러운 부분. 파워트레인에서 오는 진동의 양도 효과적으로 억제되어 있다. 6단 하이드라매틱 변속기는 시종 여유롭고 부드러운 출력 전달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미국 태생의 차들에서 볼 수 있는 안락한 승차감 또한, 일상적인 운행을 더욱 편하게 만들어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SRX의 승차감은 대책 없이 무르기만 한 `선입견 상의` 미국식 자동차와는 확연히 다른 맛이다. 노면에서 오는 충격을 시기 적절하게 흡수하면서도 안정감이 흩뜨리는 일이 없다. 또한, 큰 요철에서는 충격을 다소 강하게 받아내는 모습도 보인다. 기본적인 하체의 세팅이 단단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다.



변속기 레버를 수동 레인지로 가져가면 `스포츠 모드`가 작동하며, 차가 가진 최대한의 리스폰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가속페달을 카펫 너머로 짓이기며 가속을 개시하면 공차중량만 2톤이 넘는 덩치가 기운차게 노면을 지치며 전방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한다. 7천rpm에 가까운 고회전 영역에서 최고출력을 뽑아 내는 V6엔진은 덩치에 맞지 않게 날카로운 음색을 토해낸다. 6단 하이드라매틱 변속기는 수동 모드에서 기어를 스스로 변속하는 일이 없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다소 여유를 부리는 반응 속도 탓에, 가속의 쾌감에서 약간의 손해를 보는 느낌이 있지만 엔진의 성능을 수준급으로 보좌한다. 1단 출발 후 60km/h 부근에서 2단으로, 2단에서 95km/h 부근서 3단으로 변속하며 100km/h를 돌파한다.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은 동급 SUV들 중에서 손에 꼽을 만한 수준으로, 승용 세단과도 비견할 수 있을 만한 경지에 이르렀다.



캐딜락 SRX는 외모로만 봐서는 일견 둔중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SRX를 격한 코너가 이어지는 산악도로에서 운전하게 되면, 외모로만 차를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성급한 일인가를 깨닫게 된다. 승차감에서 느낄 수 있었던 단단한 하체, 견고함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차체와 섀시, 그리고 묵직하면서도 직관적인 조작감의 스티어링 시스템이 여기서 제 실력을 유감 없이 발휘한다. 뿐만 아니라, SRX의 AWD 시스템과 차동 제한장치(LSD), 그리고 `스포츠 리얼타임 댐핑 서스펜션`이 합세하여, SRX의 몸놀림에 안정감과 정교함을 더한다.



스포츠 리얼타임 댐핑 서스펜션은 1/500초마다 노면 상황을 파악하여 서스펜션의 감쇄력을 실시간으로 조정한다. 스포츠 모드에 접어 든 SRX는 롤과 피칭의 발생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며 궤도에 오른 듯 노면을 붙들며 코너를 돌파해 나간다. 이러한 요소들 덕분에 SRX는 둔중해 보일 수 있는 외모와는 달리, 영민하고 정교한 몸놀림을 뽐낸다. 물론, 승용 세단에 비해 무겁고 무게 중심이 높은 SUV의 한계는 존재하지만, SRX는 그 한계점이 더 높게 느껴진다는 점이 포인트다. 따라서 코너가 굽이치는 고갯길에서도 자신감 있게 달려 나가게 된다.



SRX의 공인연비는 도심 6.7km/l, 고속도로 9.3km/l, 복합 7.6km/l의 5등급 연비를 보인다. 하지만 SRX를 실제 시승하며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구간별 평균 연비는 도심(혼잡) 5.0km/l, 도심(원활) 6.4km/l, 고속도로 11.8km/l였다. 도심에서는 공인연비에 비해 다소 낮은 결과를 보였지만, 장거리 정속 주행에서는 오히려 더 높은 값을 나타냈다. 3.0리터 가솔린 엔진을 심장으로 하고 상시 4륜구동계까지 갖춘 공차중량 2,090kg짜리 SUV로서는 나쁘지 않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연비 측정 중에는 급가속과 급제동을 자제하고 각 도로의 규정속도에 맞춰 정속 주행을 원칙으로 운행했다.



그 외에도 SRX에는 정속 운행은 물론, 선행 차량의 속도에 맞춰 속도를 스스로 조정하는 `풀스피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장비되어 있다. 이 덕분에, 고속주행 시의 안정감과 더불어, 장거리 운행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준다. `풀스피드`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선행 차량의 정차는 물론, 3초 이내의 재출발에 대응할 수 있으며, 최저 30km/h 이상의 속도에서 작동이 가능하다.


SRX에 장비된 풍부한 안전/편의 사양은 SRX의 매력을 더욱 높여주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했던 풀스피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외에도, 사각지대 경보 기능, 전방 추돌 경고 기능, 차선 이탈 경고 기능, 후방 교행 감지 기능, 액티브 하이빔 시스템, 안전 경고 햅틱 시트 등의 다양한 안전 장비를 갖추고 있다.



캐딜락 SRX는 캐딜락의 `아트 앤 사이언스` 디자인 언어로 점철된 독특하고 개성적인 디자인과 더불어, 세단에 비견될 만한 정교하고 영민한 주행 질감을 겸비한 매력적인 SUV다. 뿐만 아니라, 우수한 정숙성과 안락한 승차감은 물론,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으로, 가족용 자동차로서도 일말의 손색이 없다. 물론, 대배기량의 자연흡기 가솔린엔진과 고전적인 6단 자동 변속기를 사용하는 만큼, 연비 면에서는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SRX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SUV로서 갖춰야 할 것은 충실하게 갖추고 있다. SRX를 직접 경험해 보면, 캐딜락의 `스테디셀러`가 가진 진가를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