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로체리아'는 무슨 일을 하는 회사?
  • 모토야
  • 승인 2020.04.03 12:02

자동차 산업의 세계에서 종종 등장하는 단어 중에는 '카로체리아(Carrozeria)', 내지는 '코치빌더(Coachbuilder)' 등으로 불리는 기업들이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특히 최고급 스포츠카나 수제 럭셔리 세단에 관한 소식을 접하게 되면 더 자주 볼 수 있는 이름들이다. 이 기업들은 어떤 기업들일까?

현재의 카로체리아는 대체로 자동차와 관련된 일을 하지만, 직접 양산차를 생산하는 것보다는 자동차와 연관이 깊은, 소규모의 디자인회사, 내지는 튜너 정도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국내의 경우, 최초의 국산 수제 미드십 스포츠카, 스피라의 원형을 만들었던 '프로토 자동차'가 좋은 예시 중 하나다. 

 

카로체리아나 코치빌더가 만들어지게 된 것은 마차 제작의 역사와 더불어 그곳에서 파생된 자동차 산업의 초기 형태에서 연원을 찾을 수 있다. 19세기 말~20세기 초에 나타난 자동차의 생산 과정은 오늘날과는 상당히 달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태에서 벗어난 것이 바로 자동차왕 헨리 포드의 '모델 T'였다. 그리고 이러한 대량생산 시스템은 오늘날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낸 원동력이 되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자동차의 기초설계부터 시작해서 외관, 내장, 엔진 등 상당한 부분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하나의 완성차로 만들어 내는 형태를 띄게 된다.

반면 자동차 역사가 시작된 20세기 초의 유럽에서 '자동차 제조사'는 ‘섀시(Chassis)’를 만드는 곳을 가리켰다. 여기서 말하는 섀시는 단순히 차체구조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 등, 차량의 구동과 조종에 필요한 모든 것이 포함된, 보다 넓은 의미의 섀시다. 현대의 자동차 산업계에서도 차체의 구동 특성과 성능시험을 위해 제작하는 ‘롤링 섀시(Rolling Chassis)’를 생산하는 것이다.

 

과거 카로체리아의 역할은 이렇게 차체(Body)와 차대(Frame)가 서로 분리되어 있는 생산 방식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는 섀시까지만 만들고, 차체(Body)를 비롯하여 헤드램프나 보닛, 트렁크, 좌석과 같은 각종 의장품(艤裝品)들은 모두 카로체리아에서 만들어졌다. 카로체리아의 역할은 단순히 굴러가기만 할 수 있었던 롤링 섀시를 실질적으로 하나의 자동차로서 완성시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일체형 차체구조(Monocoque)가 아닌, 차체(Body)와 차대(Frame)가 서로 분리되어 있는 바디-온-프레임(Body-on-frame) 구조가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차체와 차대를 만드는 기업들이 서로 달랐다. 당시에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사람은 먼저 자동차 제조사에 파워트레인과 섀시의 제작을 의뢰하고, 그것이 완성되면 이를 코치빌더(혹은 카로체리아)에 맡겨 바디를 비롯한 각종 의장품을 제작 및 설치해야 비로소 완성된 자동차를 가질 수 있었다.

 

유명한 카로체리아는 하나의 제조사와 손잡고 오랫동안 차량의 디자인을 도맡는 경우도 많지만, 구매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디자인 변화나 소재 선택 등을 통해 ‘나만의 차’로 완성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 유럽에서 자동차는 상당한 수준의 재력이 뒷받침되어야 가질 수 있는 ‘부의 상징’이었다. 따라서 수요층이 지금처럼 넓지 않았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중산층 이상의 계층에서나 넘볼 수 있었던 사치품에 더 가까웠다. 유럽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자동차 생산은 포드자동차의 모델 T가 등장한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형태의 제작 방식은 최고급 브랜드의 차량을 대상으로 소수나마 행해지고 있다.

오늘날의 카로체리아는 예전과 방식은 크게 달라졌지만, 여전히 디자인 기업으로서, 혹은 특정한 자동차를 바탕으로 독특한 차량을 소량생산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페라리의 창사 이래로 꾸준히 페라리 모델들의 디자인을 맡아 주고 있는 ‘피닌파리나(Pininfarina)’를 비롯하여 투어링 슈퍼레제라(Touring Superleggera), 베르토네(Bertone) 그룹, 이탈디자인 주지아로(Italdesign Giugiaro), 자가토(Zagato)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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