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있는 고집쟁이 - 영국의 수제 스포츠카들 (하편)
  • 모토야
  • 승인 2020.05.12 16:55

1980년대 이래,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몰락'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영국은 한 때 수십 개의 제조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 중 하나였다. 하지만 1960년대 나타난 브리티시 레일랜드(British Leyland)의 등장은 영국 자동차 산업의 생태를 바꿔놓았다.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통폐합을 맞으면서 경쟁이 사라지고 파업이 잇달았으며, 제품 경쟁력은 수직낙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0년대, 브리티시 레일랜드가 무너지면서 여기 속해 있던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은 회사가 없어지는 것은 물론, 운이 좋아야 독일, 중국, 인도 등을 비롯한 해외 자본에 팔려나가는 신세가 되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순수한 영국 자동차 제조사는 없다"는 극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국의 자동차 제조업은 그 기반마저 무너지지는 않았다. 지금도 영국은 각종 자동차 부품은 물론, 완성차 생산 역시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금도 재규어, 랜드로버, 롤스로이스, 애스턴 마틴, 벤틀리, 로터스, 맥라렌 등,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최고급/고성능 자동차 제조사들이 영국 자동차 산업을 이끌고 있다. 또한 영국은 유럽권 국가들 가운데서도 모터스포츠 기반이 여전히 탄탄하기에, 여기서 파생되는 각종 첨단 기술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영국에는 이 외에도 규모는 작지만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철학과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자동차를 만드는 소규모 제조사들이 존재한다. 이른 바 백 야드 빌더라고도 불리우는 영국의 소규모 자동차 제조사들은 주로 강렬한 개성을 심고 표출할 수 있는 스포츠카를 주로 만든다. 영국의 소규모 제조사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스포츠카들을 둘러보자.

래디컬 SR8
1997년 세워진 영국의 래디컬 스포츠카는 “슈퍼카보다 더욱 빠른, 진정한 드라이버를 위한 차”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소규모 제작사다. 이 제조사에서 만들어지는 차량은 현실의 모터스포츠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는 경주차의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면서도 영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는 일반도로에서도 운행할 수 있기도 하다. 이들이 만들어낸 자동차는 전 세계 양산차의 주행 성능을 증명하는 무대인 독일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지난 십 수년간 왕좌를 지켜왔다. 지금은 포르쉐나 맥라렌 등에서 최신형 차량들을 내놓으며 순위에서는 밀려났지만, 래디컬의 차들이 세웠던 기록은 그리 간단히 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십 수년 동안 왕좌를 지켜왔던 차가 바로 SR8이다. 래디컬 SR8은 포뮬러 경주차급의 성능을 내면서도 훨씬 낮은 가격과 간단한 구조에서 오는 운용 상의 이점을 지닌 트랙 주행 지향의 자동차다. 래디컬SR8은 키트카의 형태로 제작되며, 독립식 스로틀을 채용한RPX-스즈키의 2.7리터 V8 엔진을 심장으로 한다. 이 엔진은 무려 1만 500rpm에서 405마력의최고출력을 발휘하는 경주차 수준의 고회전형 엔진으로, 공차중량 725kg에불과한 SR8을 2.9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100km/h의 속도로 내몰 수 있다.

BAC 1(모노)
브릭스 오토모티브 컴퍼니(Briggs Automotive Company Ltd., 이하 BAC)라는 신생 업체에서 만들어진 이 놀라운 자동차는 '모노'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SF 영화 속에서 뛰쳐 나온 듯한 미래적인 외형을 가진 이 차는 이안 브릭스(Ian Briggs)와 닐 브릭스(Neill Briggs) 형제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안은포르쉐와 메르세데스-벤츠 등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었고 닐은 벤틀리와 포드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었던 이력이 있다.

모노는 영국에서 일반도로용으로 허가된 차량이기는 하지만, 이 차의 승차 정원은 단 1명이며, 좌석은 차량의 거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그리고 그 바로 뒤에는 포드의 2.3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이 실리는데, 이 엔진은 코즈워스가 터보차저를 올려 289마력에 이르는 최고출력을 낸다. 그리고 더 공포스러운 점은 그 무게. 모노의 공차중량은 단 540kg에 불과하여, 단 2.8초만에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할 수 있으며, 최고속도는 274km/h에 이른다.

아리엘 아톰
영국의 아리엘 모터(Ariel Motor)에서 만들어지는 '아톰(Atom)'은 오픈휠 타입의 초경량 스포츠카로, 극단적인 경량화와 함께, 혼다의 모터사이클 엔진을 활용하여 만들어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제작사인 아리엘 모터는 본래 동명의 모터사이클 제조사의 오너클럽으로부터 시작해 지금의 완성차 제조사로 발전한 독특한 이력을 지닌 기업이다. 최근에는 사륜차인 아톰 외에도 모터사이클인 에이스(Ace), 그리고 노마드(Nomad)라는 이름의 4륜구동 버기카도 만들고 있다.

아리엘 아톰은 키트카의 형태로 제작되며, 포뮬러 경주용 자동차에 가까운 형태를 띄고 있다. 엔진은 혼다 인테그라타입-S 및 시빅 타입-R에 탑재된 바 있는 혼다의 K20Z형 2.0 i-VTEC 엔진을 기본으로 한다. 아톰의 엔진은 여기에 보다 고성능의 캠 등을 더하는 튜닝을 거쳐, 245마력/8,600rpm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이 강력한 엔진은 고작 520kg에 불과한 아톰의 강철 프레임 섀시 후방에 설치되며, 구동력은오로지 뒷바퀴로만 전달된다. 0-100km/h 가속은 고작 3.1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열혈남아를 위해, 한층 강력한 슈퍼차저 엔진도 준비되어 있다. 슈퍼차저버전은 사양에 따라 최고 350마력의 출력을 자랑한다. 또한 이 외에  혼다의 모터사이클용 엔진 2개를 이어붙인 V8버전도 만들어진 바 있다.

노블 M600
영국의 노블(Noble Automotive)은 수제 스포츠카 제조사로, 드라이버가 통제할 수 있는 순수한 운전경험을 추구한다. 노블 M600은 2010년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노블의 최고급 스포츠카 모델이다.

이 차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TVR과 마찬가지로 전자장비를 거의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마이너스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는 ABS와 TCS, ESP 등과같은 전자장비를 탑재하여 출고된다. 차체는 강건한 스틸 튜블러 섀시에 카본파이버 보디패널을 결합해 고작 1,275kg에 불과한 몸무게를 자랑한다. 여기에 야마하의 4.4리터 V8 트윈터보차저엔진은 650마력의 성능을 발휘한다. 최고속도 362km/h, 0-100km/h는 3.7초이다. 옵션으로 트윈수퍼차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엔진 출력 사양은 450마력, 550마력, 650마력의 세가지 사양 중에서 고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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