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파워트레인과 함께 더욱 성숙해지다 -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 B5 시승기
  • 모토야
  • 승인 2020.11.27 15:38

스웨덴의 볼보자동차가 '脫디젤'을 천명하고, 2019년도에 다시 한 번 파워트레인을 일신했다. 이는 Drive-E 파워트레인을 일괄채용한 2013년 이래 고작 6년 만의 일이다. 통상 자동차 업계에서는 새로운 엔진이 개발되면 이 엔진을 최소 10년 가량 운용하게 되는데, 볼보자동차는 매우 이른 시기에 파워트레인 전면 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B뱃지'로 명명된 새 파워트레인은 기존 내연기관에만 의존했던 구 Drive-E 파워트레인과는 달리,  '48V 전장계'를 사용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Mild-Hybrid Electric Vehicle, MHEV)' 시스템으로, 기존 가솔린 파워트레인 대비 향상된 동력성능과 효율성, 그리고 더욱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갖는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신규 B 뱃지 파워트레인 모델들의 출시를 기하여 미디어를 대상으로 'Be Better 시승행사'를 개최, 새로운 파워트레인의 실력 알리기에 나섰다. 이번 시승행사에서는 같은 계열의 파워트레인을 장비한 XC40 B4 모델과 V60 크로스컨트리 B5 모델, 그리고 볼보자동차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 S90 B5와 V90 크로스컨트리 B5 모델들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V90 크로스컨트리 B5 모델은 이번 행사를 통해 처음 공개되며, 취재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새로운 심장을 품은 볼보 크로스컨트리 라인업의 정점, V90 크로스컨트리 B5를 시승하며 그 실력을 직접 경험해 본다. 

볼보자동차의 크로스컨트리 라인업은 에스테이트(왜건) 혹은 해치백(V40)형 모델에 크로스오버 SUV의 스타일링 요소와 기능성을 접목한 개념의 라인업으로, 일반적인 승용세단 대비 더욱 뛰어난 노면 적응력과 SUV의 기능성을 모두 누릴 수 있는 독특한 구성이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V90 크로스컨트리는 세단형인 S90이 F세그먼트에 준하는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사실 상 볼보자동차의 승용 라인업에서 플래그십에 해당하는 모델이었다고 볼 수 있다.

V90 크로스컨트리는 파워트레인과 연식변경이 함께 이루어지면서, 스타일링 면에서도 조금씩 달라진 모습들이 보인다. 물론, 휠베이스를 대폭 늘린 S90만큼의 변화는 아니지만, 디테일을 보강하여 완성도를 한 단계 더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가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디자인의 변경에 따라, 차체 길이는 기존 대비 20mm 연장되었다.

변화가 이루어진 부분들은 테일램프, 휠, 그리고 전/후 범퍼 등이다. 테일램프의 경우에는 LED 발광부를 두줄로 나누는 한 편, 방향지시등을 중앙부 좌측 끄트머리로 옮겼으며, 이 부분에도 섬세한 라인을 적용하여 화려한 느낌을 살렸다. 이는 아주 작은 변화라고도 할 수 있지만 차를 뒤에서 보았을 때, 한층 눈에 띄게 만들어준다. 크로스컨트리가 각인된 뒷 범퍼의 경우에는 기존에 있었던 매립형 테일파이프 팁이 사라졌다. 이는 볼보자동차가 현재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기후 중립 실현'의 기조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다만 스포티한 감각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아쉬운 점으로 비춰질 수 있다.

측면에서도 한 가지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데, 바로 새로운 디자인의 알로이 휠이다. 크로스컨트리 전용으로 디자인되어 있는 신규 알로이 휠은 보다 섬세한 스타일링을 통해 차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준다. 전면 범퍼 의 경우에는 메탈 스키드플레이트를 범퍼 양쪽 끝단까지 늘여 놓은 디자인을 적용하여 수평향의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달라진 디테일들을 통해, V90 크로스컨트리는 한층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다가온다.

실내의 경우에는 기존 모델과 대부분 동일한 구성을 유지하고 있다. S90과 동일한 대시보드와 8.4인치 세로형 터치스크린, 바짝 올려 놓은 플로어 콘솔, 실내 곳곳을 감싸고 있는 부드럽고 질 좋은 감촉의 내장재와 따뜻한 분위기까지 S90과 큰 차이가 없다. 실내에서의 변화는 외관과 마찬가지로 '디테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신형의 변속장치다. 기존에는 레버식으로 이루어진 변속장치를 사용했지만, B5 파워트레인을 채용한 V90 크로스컨트리는 T8 트윈엔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S90 T8이나 XC90 T8 모델과 동일하게 작동하는 전자식 변속장치를 적용했다. 손에 쏙 들어 오는 앙증맞은 크기의 변속 노브는 'P' 버튼이 따로 마련된 것을 제외하면 직관적인 리턴식 작동방식으로 오조작의 위험성이 낮다.

이 외에도 기존에 없었던 무선충전 패드가 적용되었다. 하지만 패드의 위치가 컵홀더와 12V 아웃렛 사이로, 애매한 크기와 더불어, 휴대폰을 잡아줄 수 있을 만한 구조물이 전혀 없어, 차량의 움직임에 따라 충전부를 자꾸 벗어나기 때문에 사용이 불편하다는 점은 아쉽다.

앞좌석은 운전석과 조수석은 볼보 인스크립션 모델들에 사용되는 나파가죽 컴포트 시트가 적용된다. 사이드볼스터와 다리받침, 허리받침까지 전방위로 지원하는 전동조절 기능은 물론, 3단계의 열선 및 통풍기능, 그리고 마사지 기능까지 내장되어 있다.

뒷좌석은 여전히 만족스러운 공간을 제공한다. 어설픈 크로스오버나 쿠페형 SUV 등과는 격이 다른 공간을 맛볼 수 있다. 대체로 세단에 가까운 공간 구성이고, 뒷좌석 등받이의 각도 조절은 불가하지만 전방위로 충분히 배려된 공간과 더불어 정교하게 설계된 시트 덕분에 편안한 착좌감까지 제공한다. 성인 남성에게도 충분 이상의 거주성을 제공하는, SUV 부럽지 않은 공간이다.

트렁크 공간은 에스테이트(왜건)형 차종의 장점이 극대화되는 부분이다. 지구상의 수많은 SUV가 왜건형 차체를 가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부터 왜건 명가로 불리웠던 볼보자동차의 V90 크로스컨트리는 왜건의 공간활용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2열좌석을 접었을 때 나타나는 기나긴 적재공간은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차박'에도 훌륭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키 180cm인 기자가 누워도 여유 있는 길이가 나온다. 이 뿐만 아니라 스키, 스노보드, 낚싯대 등, 길이가 긴 각종 레저용 장비를 적재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된다.

V90 크로스컨트리에 새롭게 적용된 B5 파워트레인은 신형의 S90과 S60, V60 등에 탑재된 것과 같은 계열의 파워트레인이다.  250마력/5,700rpm의 최고출력과 35.7kg.m/1,800~4,8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이 파워트레인은 과거 기존 파워트레인 체계 상 동급에 해당하는 T5 파워트레인에 비해 최대토크는 동일하지만 최고출력은 4마력이 내려간 수치이며, 최고출력 발생 시점과 최대토크 발생 시점도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순수하게 엔진의 동력성능만을 표기한 것으로, B5 파워트레인의 ISG 유닛이 더해주는 14마력 가량의 추가 동력과 토크는 제외되어 있는 수치다.

따라서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V90 크로스컨트리는 수치상의 성능은 미묘하게 떨어졌을지언정, 체감상의 성능은 한 단계 더 높아졌다. 특히, 출발가속과 오르막 경사로 등판 등에서 이전의 T5 모델과는 확실하게 달라진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먼저, 출발 가속에서는 굉장히 부드러운 느낌으로 발차를 시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전기모터 유닛이 동력을 보태주기 때문이다. 전기모터는 특성 상, 발차하는 순간에 가장 큰 토크가 생성되므로, 엔진의 연료 소모량이 가장 많고 부하가 가장 크게 걸리는 출발가속에서 큰 도움을 준다.

이 뿐만 아니라 전기모터와 엔진의 동력 전개를 절묘하게 조율한 동력제어도 인상적이다. 통상의 가솔린 엔진은 엔진의 회전수가 일정 이상 상승해야 최대토크가 발생하는 반면, 전기모터는 발차시에 최대토크가 발생하고 회전수가 오를수록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 따라서 이 두 가지 동력원, 그 중에서도 모터의 동력을 정교하게 제어하지 못하면, 운전자로 하여금 위화감을 느끼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V90 크로스컨트리에 탑재된 전기모터 유닛은 정교한 동력제어를 통해 필요한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동력을 보태주는 느낌이다.

여기에 새로운 엔진의 변화 또한 인상적이다. 총배기량과 레이아웃은 기존의 DRIVE-E 엔진과 동일한, 1,962cc에 직렬 4기통 레이아웃을 고수하고 있지만, 6기통 엔진을 넘볼만한 비단결같은 회전질감이 일품이다. 기존의 DRIVE-E 엔진 역시 4기통 엔진으로서는 무난한 회전질감을 지니고 있었지만 새 엔진은 최소 두 단계는 더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물론 이 때문에 볼보자동차 엔진들이 지니고 있었던 특유의 감성적인 측면은 굉장히 희석되었지만, 부드러운 가감속과 한결 적어진 소음과 진동을 마다할 이는 없다고 본다. 이 때문에 가속력 또한 성격이 크게 달라진 느낌이다. 기존에 비해 한결 부드럽게 밀어주는, 기분 좋은 가속감을 즐길 수 있다. 고속주행시의 안정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우수하다.

섀시 또한 조정을 가하여, 기존 대비 더욱 정교해진 주행감각을 선사한다. 기존의 V90 크로스컨트리는 전반적으로 탄탄한 질감을 기저에 깔고 부드러운 질감을 가미했다면, 새로운 크로스컨트리는 그 부드러운 질감을 더욱 강조하면서 탄탄한 안정감까지 모두 챙긴 느낌이다. 덩치가 꽤 큰 편이기는 하지만 SUV보다 한층 민첩하고 다루기 쉬운 특성을 가져, 즐거운 주행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은 편안한 착좌감의 시트와 더불어, 장시간의 주행에서도 몸이 그리 피곤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만들어 준다. V90크로스컨티리와 함께, 태안반도 일대의 해안도로를 주행을 하다 보니,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다는 기분이 절로 샘솟는다.

새로운 심장을 품게 된 V90 크로스컨트리는 기본형 모델과 프로(PRO) 모델의 두 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국내 판매가는 기본형 6,900만원, 프로 7,520만원(부가세 포함, 개별소비세 인하분 적용 전)이며, 기존 대비 130만원 가량의 상승이 있었다. 기본형 모델부터 볼보자동차의 최신 능동안전장비들이 모두 표준사양으로 적용되며, 프로 모델의 경우에는 전용 나파가죽 시트와 재즈모드가 추가된 B&W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된다.

V90 크로스컨트리는 '여행유발자'다. 타면 탈수록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어지는 그런 차이기 때문이다. SUV가 대세를 넘어 상식이 되어가고 있는 작금의 자동차 시장에서 왜건형에 가까운 V90 크로스컨트리에 이런 수식어를 붙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차가 가진 능력과 감성 면에서 SUV를 넘어 서는 요소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여기에 볼보자동차의 새로운 심장과 함께 한층 성숙해진 V90 크로스컨트리는 '여행유발자'의 면모가 더욱 두드러진다. 보다 적은 연료로, 보다 쾌적하고, 보다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차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렇기에 V90 크로스컨트리는 흔해빠진 SUV를 능가하는, 더욱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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