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로부터 시작된, 미국 군용차량의 역사
  • 모토야
  • 승인 2020.12.24 17:55

군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기동력'이다. 기동력이 우수한 군대는 자신이 원하는 전장에서 싸울 수 있고, 원치않는 전투를 회피할 수 있으며, 전술을 구사함에 있어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체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의 군대는 '기동력'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심지어 다양한 첨단 무기들이 등장한 현대전에서도 우수한 기동력은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요구되는 덕목 중 하나다. 

이는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미군에게는 더더욱이 중요한 덕목이었다. 특히 제 1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대규모의 해외파병을 단행했던 미군으로서는 지상군의 '기계화'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에 미군은 지상으로 물자를 수송하기 위한 트럭들 외에도, 지상군을 빠르게 전개하기 위한 소형의 전술 기동차량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태어난 첫 번째 군용 기동차량이 바로 '윌리스 MB'로 대표되는 지프들이다. 그리고 전장의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미군은 그에 대응해 차례차례 전술 기동차량을 교체해 왔다. 지프로부터 시작된, 미국 군용 기동차량의 역사를 훑어본다.

윌리스 MB
윌리스 MB는 1930년대 당시 미국에서 개발된 사륜구동 전술차량으로, 세계 최초의 군 기동용 사륜구동 차량이기도 하다. 이 차량은 제 2차세계대전 당시, 유럽전선과 태평양 전선을 종횡무진 누비며 미군의 발이 되어 주었다. 작고 가벼운 차체와 높은 지상고에서 나타나는 뛰어난 험로돌파 능력과 간단한 구조에서 기인한 튼튼한 내구성으로 전선에서 사랑 받았다. 이 차량은 아메리칸 밴텀이 내놓은 설계를 바탕으로 포드자동차와 윌리스 등 3개사가 서로 약간씩 다른 설계를 적용해 생산되었다.

하지만 지프에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뛰어난 험로 돌파능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짧은 차체와 높은 최저지상고로 인해 무게중심이 높아 전복사고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이 빈발하는 전복사고로 인한 비전투 손실이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진 데다, 전반적인 장비의 노후화로 인해 교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러한 요구로 인해 후술할 미군의 상징, 험비가 등장하게 된다.

험비(HMMWV)
험비는 미 육군이 그 동안 사용했던 지프들을 대신하는 새로운 기동차량을 선정하는 '고기동성 다목적 차량(High 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 HMMWV)'사업이었다. AM제너럴에서 개발된 이 차는 80년대 이후부터 현대 미군의 발이자, 미 육군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 AM제너럴의 걸작 군용 차량으로 손꼽힌다. 높은 최저지상고와 넓은 전폭 대비 매우 낮은 차체 높이를 가져 무게중심 상승을 억제하는 한 편, 포탈 액슬 방식을 적용해 험로 돌파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현대 전장이 변화함에 따라, 험비는 그 가치가 퇴색되기 시작했다. 전쟁의 양상이 국가간의 전면전에서 테러리스트와의 저강도분쟁(Low Intensity Conflict)으로 변화하면서, 국가 간의 전면전을 상정한 야전 기동용 차량으로 개발된 험비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험비는 제대로 된 장갑 차량이 아니었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들이 시도하는 로켓탄과 더불어 이라크와 아프간의 미군을 수없이 괴롭혔던 급조폭발물(IED) 등에 취약점을 드러내, 일선에서 생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퇴역 수순에 들어갔다. 

MRAP
이라크와 아프간에서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군은 구 소련제 RPG-7 로켓탄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모르는 IED에 상시로 노출되어 있었다. IED는 길바닥 한 가운데는 물론, 지나가는 행인이나, 주변의 동물 사체, 쓰레기통 등의 온갖 곳에서 미군을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괴롭혔다. 이에 미군은 이 IED 공격으로부터 지상군을 효과적으로 보호해 줄 수 있는 차륜형 장갑차를 물색하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MRAP(Mine Resistant Ambush Protected vehicle)'이었다. 

MRAP은 처음부터 지뢰나 IED 등에 대한 방호 성능을 갖춘 차량으로, 과거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백인 정권 시절, 남아공군이 흑인 게릴라와 지속적인 비정규전을 치르면서 얻은 경험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덤프트럭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MRAP은 매우 높은 차체와 더불어 전체적으로 ‘V’자 형상을 이루는 특유의 차체 하부 구조를 지닌다. 이 V자 형상의 차체 하부 구조는 폭발물에서 발생하는 폭발압력을 분산시킴으로써 차량 손상을 억제하고 내부 탑승 인원을 보호한다. 미군의 개량형 MRAP은 여기에 장갑을 한층 보강하여 생존성을 더욱 높인 방식을 사용했으며, 이 덕분에 IED에 의한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MRAP은 군용의 차량으로서는 지나치게 무겁고 둔중하여 기동성에 심각한 결점이 있었다. 하지만 후술할 신형 기동차량, L-ATV의 개발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된다.

L-ATV
현재 퇴역 수순에 들어간 험비들의 자리를 물려받은 최신예 기동 차량은 오쉬코쉬(Oshkosh)사에서 공급하고 있는 L-ATV(Light Combat Tactical All-Terrain Vehicle)다. 이 차량은 저강도분쟁 환경 하에서 취약점을 드러낸 험비를 대체하기 위해 진행된 JLTV(Joint Light Tactical Vehicle, 통합 경전술차량) 사업을 통해 채택되었다. L-ATV는 '험비의 기동력'과 'MRAP의 생존성'을 결합한 개념의 전투 차량으로, 처음부터 현대의 저강도분쟁 독트린에 맞춰 개발된 차량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미군의 발이 될 L-ATV는 테러와의 전쟁을 거치며 축적된 전훈을 반영해, 탑승자의 생존성을 향상시켰다. 제작사인 오쉬코쉬는 미군이 요구한 폭발물에 대한 내성을 MRAP의 구조를 빌려와 해결했다. 확보했다. V형을 이루는 차체 하부 구조로 폭발 에너지를 흡수하는 구조를 MRAP 보다 낮은 차체에 적용하여, 폭발 에너지를 분산 및 흡수하는 방호 체계를 확립했다. 또한, 필요에 따라 경기갑차량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증가장갑을 더할 수도 있으며, 중형 수송기 C-130이나 수송헬기인 CH-47에 수납 가능한 크기와 중량으로 만들어져, 전술적 운용에도 대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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