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알아보는 총기의 역사 - 최종편 - "탄피의 탄생"
  • 모토야
  • 승인 2021.01.13 20:28

역사 이래 인류는 셀 수도 없이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만들고 사용해 왔다. 그 중에서도 총기의 발명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전쟁은 물론, 마침내 인간을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한 사람이 다룰 수 있는 작은 크기의 화포에서 시작한 총기는 수 백년의 역사동안 끊임없이 진화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총기가 전장의 주역을 꿰어 찬 이래로 총기는 전장과 민간을 아우르는 다양한 요구에 따라 변형 및 발전해 왔다.

총기의 발전사는 '격발 방식'에 따라서 정리된다. 금속제 탄피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수 백년 동안 인류는 '화약에 어떻게 불을 붙일 것인가'를 고민해 왔기 때문이다. '뇌관'과 '금속제 탄피'가 일반화되어 있는 오늘날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지금의 형태가 정립된 것은 19세기 후반에 와서야 가능했던 이야기다. 초기의 화약 무기는 탄환과 화약을 총/포구로 장전하는 전장식(Muzzleloader)이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추진용 화약과 점화용 화약, 그리고 탄환을 따로따로 잴 수 밖에 없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대체 이 '쇠 막대기'를 어떻게 해야 '불 막대기'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시행착오, 그리고 최종적으로 현대의 '금속탄피'를 채용하는 데 이르게 되는 과정이다.

탄피란 무엇인가?
대한민국의 대다수 군필자에게 있어 '탄피'는 그야말로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물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단 한 개의 탄피가 분실되는 순간, 그 부대에는 그 조그만 쇳조각을 찾기 위한 지옥도가 펼쳐지며, 부대 전체가 발칵 뒤집힌 경험담은 건군 이래 수십년 간 구전되고 있으며, 지금도 어딘가의 군 부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국군이 이렇게 지독할 정도로 탄피회수에 목을 메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 뿐만 아니라, 군용탄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한 정치적인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한다.

현대의 금속제 탄피는 장약을 담고 탄두를 고정시키는 원통형, 혹은 병목형에 가까운 형태를 가진 부품을 말한다. 현대 총기가 등장하는 액션 영화에서 사격 시 사수의 주변으로 튀어 나오는 금속 부품이 바로 탄피다. 금속제 탄피는 총기 역사 상 가장 큰 기술혁신 중의 하나로, 개발된 지 100년이 넘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총기에 사용되고 있으며, 화포의 탄약에서도 '약협'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는 개념이다.

탄피는 겉 보기에는 굉장히 단순해 보이지만, 현대 자동화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많은 기능들을 수행한다. 1차적으로는 탄자(탄두)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장약(화약)을 담아두는 역할과 더불어, 장약을 점화하는 데 필요한 뇌관을 고정하는 역할도 겸한다. 장전시에는 탄두가 정해진 위치에서 안전하게 격발될수 있도록 하는 받침대의 역할을 수행하며, 격발시에는 화약이 점화되어 연소할 때 발생하는 추진 가스를 오로지 전방으로만 분출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 노즐의 역할과 약실 폐쇄를 유지하는 역할을 겸한다.

심지어 탄피는 약실의 폐쇄가 풀려서 약실 바깥으로 배출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바로 약실의 '냉각'이다. 금속 탄피는 장약이 점화되면서 발생한 열을 머금은 채 바깥으로 배출되어, 사격으로 인한 약실의 과열을 1차적으로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약실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율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금속제 탄피의 등장은 이후 기관총을 비롯한 각종 자동화기가 탄생하게 된 밑거름을 제공했다.

금속제 탄피가 만들어지기까지
탄피의 조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수발식 머스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17세기 초중반 무렵부터 등장한 '페이퍼 카트리지(Paper Cartridge)'를 들 수 있다. 초기의 페이퍼 카트리지는 밀랍을 먹인 종이에 탄두로 쓰이는 납 구슬(머스킷 볼)과 일정량의 흑색화약을 채워서 포장해 둔 것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화승총의 시대에 사용했던 12사도와 같이 별도의 화약 전용 병을 휴대하던 방식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장전이 가능하고, 무게도 가벼우며, 비용도 적게 들었기 때문에 18세기 무렵부터는 전 유럽의 군대에서 널리 사용하는 방식이 되었다.

이렇게 포장지 수준에 머물렀던 페이퍼 카트리지는 퍼커션 캡(뇌관)의 발명과 함께, 조금씩 금속탄피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형태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탄피 내부에 뇌관을 결합시키는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현대의 금속탄피와 유사한 형태를 띄게 되었다. 19세기 초중반인 1836년, 프로이센에서 개발된 후미장전식(後尾裝塡式, breech loading, 이하 후장식) 드라이제(Dryese) 소총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종이 탄피는 그리 널리 사용되지 못했다. 이는 당시 기술력의 한계로 인한 것이었다. 드라이제 소총은 구조적인 한계로 인해, 신뢰도가 높지 못했고, 금속과 비교해서 무른 재질인 종이의 특성 상, 뇌관을 제자리에 정확하게 고정하는 것 또한 어려웠다. 이 때문에 종이 탄피를 사용했던 후장식 소총들은 전장식 소총들을 일선에서 완전히 밀어낼 수는 없었다.

이 종이 탄피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시도 중 하나로는 영국의 헨리 피바디(Henry O. Peabody)가 개발한 .45구경 헨리 복서 탄이었다. 이 탄은 종이탄피의 바닥면에 금속판을 삽입하여 뇌관을 고정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종이탄피의 부실한 내구력으로 인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 내구성을 보완하기 위한 개발을 거듭하면서 종이를 금속 호일로 대체해봤지만, 얄팍한 금속 호일로는 격발시 발생하는 약실 내의 압력을 견디기 어려웠다. 이에, 탄피 전체를 원통형 황동 케이스를 채용한 .577 마티니-헨리 탄약이 개발되면서 본격적으로 금속탄피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그 역사는 21세기인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탄피는 왜 값비싼 구리를 사용하는가?
대부분의 탄피는 구리와 아연의 합금인 황동(놋쇠)으로 제작된다. 구리는 인류 문명의 역사와 함께 해 온 귀중한 자원이다. 황동이 탄피의 재료로 널리 쓰이는 이유는 탄피로 사용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물성을 가진 재료이기 때문이다. 구리는 연성과 탄성이 우수하여 압력에 의한 변형이 상대적으로 적고, 열 전도성도 뛰어나며, 습기와 산, 염기에 대한 내성도 높다. 초기의 화포가 주로 청동으로 만들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귀중한 자원인 구리를 확보하기 어려워서 다른 재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바로 소련과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나치독일이다. 특히 독일은 자국 내에 구리 산지가 거의 없어 전쟁 내내 구리의 조달에 애를 먹었는데, 이 때문에 전쟁 후반기에는 궁여지책으로 철제로 만든 탄피에 방수용 락카를 칠해서 사용하거나 아예 납으로 만든 탄피를 사용하기도 했다. 심지어 독일군은 이 당시의 전훈으로, 탄피를 사용하지 않는 '무탄피탄'을 사용하는 무기체계를 개발했지만 각종 기술적인 난관이 산적해 있었던 데다, 냉전의 종식으로 전세계가 군축에 들어가게 되면서 결국 실패를 맛봐야만 했다.

소련 역시 전쟁 이후 지금도 강철로 제작한 탄피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철제 탄피는 황동 탄피에 비해 유연하지 못해 열과 압력으로 인한 변형이 쉽게 일어나, 총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 또한 습기에 약해서 녹이 잘 슬기 때문에 보관 및 보급 절차도 더 번거로워진다. 녹이 스는 것을 막기 위해 밀봉처리를 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황동 탄피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소위 '천조국'이라 불리는 미국에서조차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2000년대 들어 값비싼 황동 탄피를 대체하기 위해 플라스틱 탄피를 개발했으나, 실용화에는 실패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도 구리 탄피를 대체하기 위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뛰어난 물성을 활용한 고분자 화합물(폴리머)을 활용한 탄피를 연구하고 있다. 폴리머제 탄피는 국내의 방산업체에서도 연구 중에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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