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격소총'을 넘어 플랫폼으로 - AR-15편
  • 모토야
  • 승인 2021.04.15 10:15

대한민국의 전후 베이비 붐 세대에게는 M16이라는 이름으로 친숙하고, 한때에는 한국군의 제식 소화기(小火器)였으며, 전군이 국산 K-2 소총을 사용하고 있는 지금도 예비군 동대에서 사용되고 있는 총이 있다. 베트남전 이래 지금까지 미군의 제식 소화기 자리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아말라이트 AR-15(Armalite AR-15, 이하 AR-15)'이다. AR-15는 2차대전 이후 등장한 소련의 'AK' 소총과 더불어 돌격소총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총기다.

AR-15은 1960년, 경비대에 지급할 가볍고 취급하기 좋은 소구경 소총을 찾던 미 공군에 먼저 채용되어 군용 총기로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미 육군은 이러한 소구경 총기에는 관심이 없는 것을 넘어서, '불신'하고 있었다.

제 2차세계대전까지 미 육군이 주로 사용했던 M1 개런드는 대표적인 고위력탄인 .30-06 스프링필드 탄을 사용했다. 이 탄은 7.62x63mm 규격의 탄으로, 1906년도부터 M1903 스프링필드 볼트액션 소총용으로 사용한 탄이며, 전형적인 제 1차세계대전기의 고위력탄약이다. 미군은 근 반세기 동안 이 탄약을 주력으로 사용했다.

그렇다면 왜 미군은 소구경 총기를 불신하게 되었을까? 그 단초를 제공한 원인 중 하나는 기본적으로 소구경 탄약을 선호하지 않는 미군 수뇌부의 사고방식과 더불어, 통상의 소총 대비 소구경탄을 사용했던 M1/M2/M3 카빈의 존재가 있다고 본다. 미 육군은 2차대전 중, 그리고 한국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통신병이나 박격포병 같은 공용장비를 운용하는 병사들을 위해, 가볍고 근거리에서 적당한 저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개인 호신용 화기로 M1 카빈을 지급했다. 그리고 이후에 여기에 자동사격 기능을 적용한 M2 및 M3 카빈을 도입한 바 있었다.

하지만 M1/M2/M3 카빈에 사용된 .30 카빈탄이 문제였다. 탄두가 뭉툭한 설계에, 당대 소총탄의 기준에서는 장약도 부족하고 원거리에서의 관통력과 저지력 모두 부족했기 때문이다. 호신용 화기로서는 적정한 수준의 성능이었지만, 전군이 제식으로 사용할 소화기로서는 불합격이었던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구경탄에 대한 미 육군의 불신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미 육군은 개런드의 .30-06탄의 위력을 약 80%정도 줄인 수준의 7.62x51mm NATO 탄을 사용하는 전투소총(Battle Rifle) M14를 M1 개런드의 후속으로 채용하게 된다.

하지만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뛰어들게 되자, M14는 그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M14는 정글에서는 지나치게 무겁고 길어서 취급이 불편했다. 게다가 가뜩이나 복잡하기로 소문난 M1 개런드에 자동사격 기능을 우겨 넣은 설계이다보니, 야전에서 정비 및 관리하기가 매우 까다로웠다. 그리고 개인용 자동화기로서는 지나치게 고위력인 7.62x51mm NATO탄을 사용하는 관계로, 자동사격시 총구를 제어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반면, 월맹군은 훨씬 작고 가볍고 간편한 AKM으로 미군에게 불벼락을 내리기 일쑤였다.

미 육군은 정글의 특성 상, 육박전이 잦은 전장 환경에서 M14가 쓸모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 빈 자리를 메울 신형 소총을 찾았다. 그러다 공군 경비대에서 사용 중인 작고 간편한 소구경 자동소총이 눈에 띄었다. 그것이 바로 AR-15이다. 미 육군은 긴급히 아말라이트 AR-15을 임시방편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이 때 당시의 평가가 매우 좋았다. 가볍고, 분해/정비가 쉽고, 인체공학적인 설계로 M14보다 몇 배나 다루기 쉬웠던 AR-15은 곧 M16이라는 제식명칭을 부여 받고  반세기 넘게 사용된다.

AR-15은 2차대전 시기 연구되었던 '중간탄'과는 또 다른, '소구경 고속탄'이라는 돌격소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현대 돌격소총의 역사는 AR-15의 등판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AR-15이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AR-15에 사용된 5.56x45mm 탄은 현재 전세계 돌격소총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AR-15의 소구경 고속탄은 말 그대로 '가벼운 탄자'를 '고속'으로 날려 보내 인마살상용으로 충분한 위력을 얻어내는 개념이다.

AR-15의 5.56mm 탄은 구경은 작고 탄자 무게는 가벼운 대신, 이를 고속으로 날려보내 위력을 발휘하는 개념이다. 작고 가벼운 탄자를 많은 장약으로 가속시키기 때문에 덕분에 탄도가 매우 곧고 안정적이며, 우수한 관통력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탄자 크기가 작고 중량이 가벼우므로, 사격시의 반동 역시 상대적으로 대구경인 '중간탄' 개념의 자동소총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따라서 더 우수한 초탄 명중률과 안정적인 자동사격을 기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조건을 모두 갖춘 AR-15는 베트남에서의 대활약을 벌였다. 또한 이 총을 직접 마주한 월맹군과 북베트남군에서는 이 AR-15을 '검은 총'이라 부르며 공포의 대상으로 여겼다고 전해진다. 특히 '정글'이라는 전장의 특성 상, 근거리 육박전이 잦았던 베트남에서는 AR-15가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이렇게 베트남의 정글을 헤치며 그 존재감을 만방에 떨친 AR-15는 세계의 무기 시장에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또한 미군이 5.56mm 탄을 본격적으로 채용하고, 이 탄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제식 탄약으로 채용되면서 NATO 회원국들 역시 이 탄약으로 갈아 타기 시작했다.

 

AR-15가 퍼뜨리기 시작한 '소구경 고속탄'의 개념은 심지어 냉전 시대 서방진영 최대의 적이었던 소련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소련은 베트남전에 등장한 소구경 고속탄의 위력과 효용성에 큰 인상을 받았고, 이에 1974년, 독자적으로 개발한 5.45x39mm탄을 사용한 AK-74를 제식으로 채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총은 꾸준히 개량을 거쳐 현재도 러시아군의 현용 제식 소화기로 사용되고 있다.

AR-15는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의 민수용 총기 시장에서도 대히트를 넘어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는 AR-15 소총의 선진적인 모듈러 구조가 큰 역할을 했다. AR-15는 총몸이 상하부로 분리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 설계 또한, 전세계 총기 시장에 큰 영향을 끼쳐, 너도나도 모듈화 소총을 내놓기 시작한 단초를 제공했다. 또한 1980년대 이후로부터 군용 총기를 중심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20mm 피카티니 레일 시스템은 모듈화가 잘 된 AR-15와 찰떡궁합을 이루었다. 

게다가 최근 AR-15의 특허권이 만료된 관계로, 다양한 곳에서 이에 기반한 민수용 제품과 부품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미국 시장을 노리고 러시아에서도 관련 부품이 만들어질 정도다. 태생적으로 모듈화가 굉장히 잘 되어 있는 선진적인 설계를 적용하고 있는 덕분에 사용자의 레벨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변환이 가능하다. 근접전용 단축형 소총부터 카빈, 심지어 장거리 사격을 위한 소총으로도 변신이 가능하다.

또한 이러한 덕분에 1960년 미 공군의 도입 이래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꾸준히 개량형 및 파생형 모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가스직동식이었던 기존의 구조를 뜯어고쳐, 가스피스톤 방식으로 변형한 제품들까지 나오고 있으며, AR-15의 전매특허 중 하나였던 후방의 버퍼튜브를 삭제하고 완충스프링을 상부총몸에 내장시켜 개머리판을 접을 수 있게 한 제품도 만들어지고 있다. 따라서 AR-15는 단순한 총기를 넘어,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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