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백 같은 소형 크로스오버 - 푸조 2008 GT-Line 시승기
  • 모토야
  • 승인 2021.07.01 18:54

프랑스 푸조의 소형 크로스오버 모델, 2008의 2세대 모델을 시승했다. 푸조 2008은 2014년, 국내 자동차 시장을 휩쓴 소형 크로스오버의 열풍과 더불어 등장했다. 당대 최강의 연비로 통했던 르노삼성 QM3와 비견되는 막강한 연비와 차급 대비 여유로운 실내공간,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입 소형 크로스오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그리고 2021년, 완전 신형으로 거듭난 푸조 2008이 국내 상륙한 것이다.

신형의 푸조 2008은 기존의 내연기관 탑재차량 외에도 전기차 모델인 e-2008도 함께 국내 시장에 출시되었다. 이번에 시승한 2세대 푸조 2008은 디젤엔진을 탑재한 1.5 GT-라인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3,545만원.

완전히 새로워진 푸조 2008은 외관부터 남다르다. 최근 공개된 508이나 208 등을 통해 나타난 한층 과감하고 파격적인 디자인 언어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한 사이즈 커진 차체와 더불어 곳곳에 적용된 새로운 요소들로 시선을 사로 잡는다.

새로운 푸조 2008은 길이 4,300mm, 폭 1,770, 높이 1,550mm로 기존의 2008에 비해 길이는 141mm나 길어졌고 폭은 31mm 넓어졌으며, 높이는 6mm 낮아졌다. 휠베이스 또한 67mm 연장된 2,605mm다. 높이는 6mm 낮아진데다 기존에 비해 길이와 폭 모두 크게 증가하여 시각적으로 차량을 한층 다부지고 안정감 있게 보이도록 한다. 

전면부의 디자인에서는 전방위적으로 날카로운 인상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자의 이빨을 형상화한 LED 주간상시등을 비롯하여 더욱 크게 강조된 라디에이터 그릴과 하단 공기흡입구의 디자인 등에서 한층 공격적이고 날 선 인상을 준다.

측면부에서는 기존에는 1.5박스에 다소 가까웠던 선대와는 전혀 다른, 보다 명확하게 2박스로 나뉘어지는 차체 형상이 눈에 띈다. 여기에 전반적으로 기존의 곡선적인 요소들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직선적인 기조를 중심으로 하면서 현재 푸조가 전개하고 있는, 단단한 물질에서 느껴지는 볼륨감을 중심으로 하는 디자인 언어가 잘 드러난다.

뒷모습은 3008/5008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스타일링 기법이 대부분 적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이글로스 블랙 패널을 이용해 일체감을 준 테일램프와 입체적인 형상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아울러 전반적으로 수평기조를 강조함으로써 차량을 보다 안정감 있게 보이도록 하고 있다.

인테리어는 푸조 고유의 i-콕핏(i-Cockpit) 개념이 그대로 적용되어 있으며, 새로운 푸조 인테리어 디자인의 경향 또한 그대로 나타난다. 두 개의 입체적인 층으로 나뉘는 수평기조의 대시보드와 피아노 건반을 연상케 하는 스위치류, 돌출형 디스플레이 등이 그 예다. 아울러 자사의 상위모델들까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독특한 모양의 기어레버가 그대로 적용된다.

운전석은 탄탄한 착좌감을 가지고 있으며, 스포츠카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세미버킷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다. 좌석의 조정은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수동 펌핑 레버와 다이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시트 포지션. 과거 푸조의 드높은 시트포지션에서 벗어나, 크로스오버로서는 상당히 낮은 축에 속하는 시트포지션을 제공한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3단계의 열선 기능을 제공한다.

뒷좌석은 기존의 2008 대비 더 단단해진 착좌감을 지닌다. 하지만 공간의 경우에는 다소 줄어들었다는 느낌도 든다. 선대 2008의 경우에는 뒷좌석쪽의 루프를 살짝 올려 잡아 추가적인 헤드룸을 확보한 데 반해, 새로운 2008은 매끈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거주성 면에서는 크게 부족하지는 않은 편이다.

새로운 푸조 2008은 기본 434리터, 선반 제거시 545리터의 트렁크 용량을 제공한다. 여기에 뒷좌석을 앞으로 접고 트렁크룸 바닥을 아래로 내려주면 최대 1,467리터의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보다 날렵해진 외관 탓인지, 기존의 2008 대비 트렁크 공간이 다소 줄어든 느낌이 들지만, 소형 크로스오버로서 충분한 수준의 공간이다.

시승한 푸조 2008은 PSA의 1.5리터 BlueHDi 엔진을 사용한다. 이 엔진은 기존에 사용하던 엔진의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수치가 모두 올랐기 때문이다. 모델 체인지 직전에 등장했던 2008은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61kg.m의 성능을 냈으나, 현재의 2008에는 11마력 증강된 131마력 사양의 엔진이 탑재된다. 최대토크는 기존과 동일하다. 변속기 또한, 기존의 EAT6 대신 상위 모델들에도 사용되고 있는 EAT8 자동 8단 변속기를 사용한다. 구동방식은 전륜구동.

기자는 개인적으로 작은 차체를 갖는 차종에 디젤 엔진을 싣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작은 차에 디젤엔진을 싣게 되면 아이들링 및 극저회전에서 나타나는 소음과 진동이 더 큰 체급의 차량들에 비해 훨씬 부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에 실려 있는 이 엔진은 조금 다르다. 현존하는 디젤엔진들 가운데 우수한 수준의 정숙성을 갖기 때문이다. 시동을 건 직후의 냉간상태에서는 디젤엔진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제법 들어 오는 편이지만 불고 1분여의 시간이 지나게 되면 꽤나 부드럽게 변한다. 그리고 주행을 시작하게 되면 예상외의 우수한 정숙성에 짐짓 놀라게 된다. 물론, 가솔린 엔진에 비해서는 당연히 열세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용인해줄 수 있을 만한 정숙성임에는 틀림없다. 

승차감은 선대 2008에 비해서 한층 부드러운 감각이다. 선대 2008만 해도, 예전 푸조 양산차에서 느길 수 있었던 탄탄함이 꽤나 강하게 남아있었던 데 반해, 새로운 2008은 현행 308 해치백 이후에 등장한 일련의 푸조 신모델들과 같이, 적절한 수준의 부드러움을 가미되어 있다. 이 덕분에 덩치에 비해 의외로 쾌적한 승차감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푸조 특유의 단단함을 추구하는 태도는 여전히 남아 있어, 거친 노면에서도 기골이 나약하는 느낌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가속력은 1.5리터급 디젤엔진으로서 준수한 수준.기존 대비 출력이 더욱 증강되었음은 물론, 신형의 8단 자동변속기가 동력을 꽤나 빈틈없이 전달해 준다. 과거 사용했었던 자동화수동변속기(AMT)인 EGS6에 비하면 직결감은 조금 떨어지지만, 이 떨어지는 직결감을 더 높은 출력과 한층 다단화된 자동변속기의 성능으로 커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작은 차에게서 기대하게 되는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의 가속감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코너링에서는 어떨까? 한층 부드러워진 하체에도 불구하고, 2008은 오히려 선대에 비해 더욱 민첩한 느낌을 준다. 작은 스티어링 휠에서 오는 빠른 응답성과 더불어 뒤틀림에 강한 차체, 그리고 탄탄하게 받쳐주는 하체 덕분에 크로스오버가 아닌, 해치백에 오른 듯한 느낌으로 차를 조종할 수 있다. 주행을 하면 할수록 날렵한 발놀림으로 유명한 동사의 해치백들이 연상된다. 특히 구불구불한 산악도로에서는 더더욱 그러한 느낌을 받는다.

국내에서 디젤승용차의 허용 이래 오랫동안 수입차 업계에서 '연비대장'으로 통했던 푸조의 디젤 차종인만큼, 연비는 여전히 뛰어나다. 1.5리터 엔진을 사용하는 2008의 공인연비는 도심 15.7km/l, 고속도로 19km/l, 복합 17.1km/l에 달하는, 세그먼트 톱 클래스의 연비를 자랑한다. 시승 중 기록한 평균연비 역시 훌륭했다. 도심에서는 공인연비를 약간 밑돌았지만 고속도로 정속주행에서는 20km/l를 손쉽게 넘나들었다. 연비만큼은 선대가 보여 준 능력을 충실하게 잇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새롭게 태어난 푸조 2008은 과거의 2008에 비해 더욱 매력적인 크로스오버로 다시 태어났다. 특히, 크로스오버의 넉넉함을 가지면서도 해치백의 감각을 거의 그대로 닮은 외관과 실내, 그리고 주행성능과 질감을 가진 덕분에 '작은 차'의 매력을 잘 살려냈다고 본다. 특히 이번에 시승한 GT 모델의 경우에는 스포티한 외관과 인테리어, 그리고 한층 감각적인 주행감이 꽤나 만족스러운 부분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능동안전 장비와 반자율주행 기술 등, 현재 시장의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다.

그러나 기자가 새로운 2008에 아쉬운 단 한 가지는 아직도 '디젤만'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 푸조 2008은 전기차 버전인 e-2008과 내연기관 버전이 동시에 출시되어 판매되고 있는데, 내연기관 버전의 경우에는 여전히 디젤엔진 사양만 판매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시장에서 디젤엔진에 대한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점과 함께, 날로 까다로워져만 가고 있는 환경규제 하에서 승용 디젤의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또한, 푸조는 디젤엔진 외에도, 뛰어난 성능의 다양한 가솔린 엔진 라인업을 구비하고 있다. 또한 국내 소형 크로스오버 시장에서는 의외로 가솔린 엔진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따라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푸조의 가솔린 파워트레인까지 구비할 수 있다면, 2008은 더욱 매력적인 수입 소형 크로스오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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