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SUV의 본질을 추구하다 -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22.01.18 19:09

랜드로버의 막내,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시승했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프리랜더의 후속작에 해당하는 랜드로버의 준중형급 크로스오버 SUV로, 2015년 첫 출시가 이루어진 이래, 지난 2020년도에는 상품성을 크게 개선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국내에 출시되어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랜드로버의 막내,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시승하며 그 진가를 확인해 본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현재 국내 기준 최상위 트림에 해당하는 P250 SE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7,100만원.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외관은 상위 모델인 디스커버리 5를 그대로 축소재현해 놓은 것 같은 외모를 가졌다. 여기에 특유의 짧지만 다부진 느낌을 주는 균형잡힌 차체 형상도 특징이다. 

전면부는 상위 모델인 디스커버리 5와 판박이 처럼 닮았다. 헤드램프는 날렵한 감각은 물론, 좌우로 시원스럽게 뻗어 있는 스타일로 차체를 더욱 커 보이게 만들어 준다. 굵직한 육각 매시를 적용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큼지막한 범퍼, 그리고 전후의 스키드 플레이트는 SUV로서의 터프한 이미지를 한껏 강조한다.

측면과 후면에서는 디스커버리 스포츠 고유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특유의 두터운 C필러와 후방으로 갈수록 상승하는 선을 그리는 벨트라인으로 역동적은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테일램프는 크기는 비슷하지만 내부 조명의 디자인을 크게 바꿨다. 스모크 처리에 면발광형 LED를 적용하는 한 편,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순차점등하는 애니메이션 방향지시등을 적용하여 한층 감각적인 면을 강조, 고급스러운 외관을 완성한다.

그리고 이번에 시승한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P250 SE 모델로, 이전에 시승했었던 S 모델과는 다른 외관을 지녔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차량은 전용 블랙 알로이 휠과 더불어 차량 곳곳에 하이글로스 블랙 컬러를 적용하여 한층 역동적이고 스포티한 감각을 뽐낸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인테리어도 상위 차종인 디스커버리의 것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느낌이다.  좌우로 시원하게 뻗은 대시보드와 대시보드 하단을 감싼 밝은 색상의 부드러운 가죽 마감재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살렸으며, 도어트림 상단에 파워윈도우 패널을 위치시킨 특유의 배치도 디스커버리의 것을 연상케 한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랜드로버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PIVI Pro를 탑재하고 있다. PIVI Pro는 스마트폰의 UI(User Interface) 구조에 착안한 구성을 가져, 이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대비 개선된 사용 편의성을 제공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터치의 반응 속도나 처리 속도가 타사 차량들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대비 약간 느린 편이다. 이 시스템은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오토 모두를 지원한다. 이 뿐만 아니라 시승한 디스커버리 스포츠 P250 SE 모델에는 이오나이저 기능과 PM 2.5 필터가 적용된 실내 공기청정시스템이 기본 적용된다. 이 덕분에 운전자 뿐만 아니라 탑승객 모두에게 한층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들어 준다. 

운전석은 안락한 착좌감과 더불어 전동조절 기능과 요추받침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안락한 착좌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신체를 든든히 지지해 주는 느낌이 강해 오랜 시간의 주행에도 피로감이 적게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확실히 고급 SUV다운 시트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차량의 가격대를 감안했을 때, 통풍시트가 기본으로 적용되지 않은 점은 아0쉬움으로 남는다. 

뒷좌석은 디스커버리 스포츠에서 만족스러운 포인트 중 하나다. 전방위적으로 넉넉한 공간이 할당되어 우수한 거주성을 가지면서 리클라이닝 기능까지 적용되어 있는데다, 전후 최대 160mm까지 슬라이딩마저 가능하다. 이를 활용하면 필요한 경우에 적재공간을 늘리는 데 사용할 수도, 승객석의 공간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등받이를 최대한 눕히고 착좌부를 최대한 밀어내면 한 사이즈 더 큰 중형급 SUV 부럽지 않을 정도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거주성 면에서는 동급 최상이라고 본다.

적재공간 역시 체급 대비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기본 897리터에 달하는 적재용량을 제공하며,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794리터까지 확장된다. 뒷좌석은 4:2:4 비율로 접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스키, 스노보드 등의 긴 짐을 실은 상태에서도 뒷좌석 승객의 편의를 최대한 배려할 수 있다.

 

이번에 시승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신개발 인제니움 2.0 가솔린 터보 엔진이 적용된 모델이다. 이 엔진은 같은 계열의 디젤엔진과 마찬가지로, 48V 전장계에 기반한 마일드 하이브리드(이하 MHEV)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발차나 등판에서 전기모터의 보조를 받을 수 있다. 엔진 최고출력은 249마력/5,500rpm, 최대토크는 37.2kg.m/1,300~4,500rpm이다. 변속기는 ZF의 9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며, 구동 방식은 상시사륜구동(AWD)이다.

기자는 이전까지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디젤 모델만 시승을 했었다. 그렇기에 가솔린 버전이 조금 더 기대가 되는 마음이 있었다. 기대를 품고 시동을 걸자, 부드럽게 시동이 걸려오면서 디젤엔진보다는 조금 더 작은 소음과 진동이 전달된다. 의외로 디젤엔진 버전과 비교했을 때 아주 극적인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그만큼 인제니움 디젤엔진이 정숙성에 신경을 많이 쓴 엔진이라는 이야기기도 하겠지만.

하지만 주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확실히 더 정숙한 느낌을 받게 된다.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서 무난한 회전질감을 지니고 있으며, 디젤 모델이 그러하였듯이, 전방위로 충실한 N.V.H 대책을 갖췄다는 점도 만족스러운 점이다.  여기에 겉은 부드러우면서도 속 심지는 굳은 느낌을 주는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승차감이 더해져 일상적인 운행 환경에서 상당한 수준의 쾌적함을 제공한다.

여기에 MHEV가 갖는 몇 가지 특징도 소소하게 쾌적함을 더해주는 요소로서 작용한다. 정차 시 엔진의 시동을 정지시켜주는 스톱/스타트 기능이 굉장히 스무스하게 작동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요소 중 하나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의 스톱/스타트 기능은 통상의 시동 모터를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재시동할 때의 충격이 강하고 소음 및 진동도 크다. 이 때문에 위화감을 느껴서 스톱/스타트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운전자들도 심심찮게 존재한다.

하지만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스톱/스타트는 시동정지와 재시동 과정이 풀-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그것과 필적하게 부드럽다. 제원 상으로는 17㎞/h 이하로 주행할 경우 엔진 시동을 정지시킨다.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MHEV 시스템의 핵심인 BiSG(Belt Integrated Starter Generator)는 고압의 48V 전장계를 사용하여 기존의 시동모터 대비 더욱 강력한 덕분에 재시동 과정 역시 아주 부드럽게 진행된다. 이 덕분에 엔진의 시동 정지 및 재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화감이 훨씬 경감된다. 여기에 발차가속이나 등판 가속과 같은 상황에서 전기모터의 동력이 함께 보조하는 덕분에 한결 부드럽고 스트레스 없는 가속감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쾌적한 주행질감은 넉넉한 내부공간과 함께,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 최적의 조건 중 하나다.

250마력에 육박하는 성능을 가진 가솔린 터보 엔진은 몸무게만 2톤을 살짝 넘는 디스커버리 스포츠에게 충실한 가속력과 적절한 순발력을 제공한다. 일반적인 유체 클러치 기반 자동변속기와 상시사륜구동의 조합임에도 동력이 빈틈없이 바퀴로 전달되는 느낌을 준다. 덩치에 비해 꽤나 묵직한 느낌을 주다가도,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나름대로 힘차게 전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코너링의 경우에는 크로스오버 SUV들 가운데서도 무난한 모습을 보인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적당히 묵직한 조작감을 가진 스티어링 시스템과 더불어, 심지 굳은 하체와 바위처럼 단단한 느낌을 주는 기골이 예사롭지 않는 솜씨를 드러낸다.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기계적인 질감이 살아있는 조종감각 덕분에  SUV로서는 제법 만족스러운 수준의 주행질감을 경험할 수 있다. 조종성을 의외로 상당히 중시하는 랜드로버만의 질감을 확실하게 경험할 수 있다.

여기에 토크 편향 시스템(Torque Vectoring System, 이하 TVS)이 내장되어 있는 사륜구동 시스템과 함께, 랜드로버의 영리한 지형감응 시스템, 전 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ll-Terrain Progress Control, 이하 ATPC) 등, 험로 주행을 위한 든든한 하드웨어들로 무장해, 오프로드 주행 능력 면에서도 여타의 크로스오버 SUV들과 크게 차별화를 이룬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도심지에서의 연비다. MHEV까지 적용을 했음에도, 다소 무거운 몸집과 상시사륜구동 시스템 등, 태생적인 한계가 컸는지, 도심에서는 평균 6.0km/l대의 연비를 간신히 유지한다. 고속도로에서는 공인연비를 웃도는 11.0km/l의 평균연비를 기록했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그 중에서도 가솔린 모델인 P250 SE 모델은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고급 브랜드의 크로스오버 SUV임을 유감없이 증명해냈다. 상위 모델인 디스커버리를 그대로 축소재현한 듯한 외관 디자인과 더불어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넉넉한 공간을 동시에 만족하는 실내, 그리고 시종일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주행감을 제공하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그저 저렴한 가격으로 접근성만 내세운 '엔트리 모델'이 아닌, 하나의 '잘 만들어진' 크로스오버 SUV다.

특히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SUV의 본질적인 가치를 조금도 훼손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최근에는 고급 브랜드의 SUV들을 중심으로, 세단이나 쿠페와 같이 스타일리시한 외관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SUV가 갖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인 '실용성'을 덜어내 버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절대 그렇지 않다. 최근의 시류에는 관계 없이 SUV의 본질적인 가치에 충실하게 만들어져 더욱 인상적이고, 더욱 가치 있는 차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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