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한 소형 크로스오버, 그러나... 폭스바겐 티록(T-ROC) 시승기
  • 모토야
  • 승인 2022.06.29 19:32

폭스바겐의 소형 크로스오버 모델, 티록(T-ROC)을 시승했다. 폭스바겐 티록은 지난 2021년 국내 출시가 이루어졌으며, 지난해 하반기에는 상품성을 강화한 2022년형 모델이 시판되고 있다. 폭스바겐 티록은 매력적인 디자인과 뛰어난 주행질감, 그리고 '수입차 대중화'를 선언한 폭스바겐코리아의 전략에 따라, 동급 수입차종 대비 경쟁력 있는 상품구성과 낮은 가격으로 접근성까지 좋아, 수입 소형 크로스오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기도 했다. 폭스바겐의 티록을 시승하며 그 매력을 파헤쳐 본다. 시승한 티록은 최상위 트림인 프레스티지이며,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3,830만 4천원(VAT 포함, 개소세 3.5%기준).

단정하면서도 특징이 살아 있는 외관
티록의 외관은 현행 폭스바겐의 디자인 언어를 충실히 따르되, 티록만의 특징을 드러내는 디테일로 개성을 강조하는, 지극히 왕도적인 스타일링을 취하고 있다. 아테온으로부터 시작된 이러한 기조는 근래 들어 지나치게 과장된 스타일링을 전개하고 있는 여타 독일 브랜드에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조 덕분에 관점에 따라서는 다소 심심해 보일 수 있을지언정, 호불호가 아주 크게 갈리지는 않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심심해질 수 있는 스타일링에 약간의 변화구를 넣어주는 포인트가 있다면, 바로 전면부의 주간상시등이다. 헤드램프 아래에 위치한 가짜 공기흡입구 주위를 테두리처럼 두르고 있는 LED 주간상시등은 멀리서도 이 차가 티록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헤드램프는 라디에이터그릴과 일체화된 형상을 취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시각적으로 차를 좀 더 크고 안정감 있게 보이도록 연출하고 있다.

직선적인 기조를 중심으로 단정하게 빚어진 차체형상은 시각적인 안정감이 뛰어나다. 그리고 여기에 크로스오버 비클로서의 면모를 강조하는 하단의 블랙컬러 몰딩과 살짝 부풀려진 휠아치를 적용해 실로 정석적인 측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여기에도 약간의 변화구스러운 포인트들이 있다. 루프라인을 따라 C필러 끝까지 이어지는 크롬 몰딩이 그것이다. 또한 2022년형부터는 이 크롬몰딩을 경계선으로 하여 블랙 컬러 루프를 적용할 수도 있다.

뒷모습에서도 정석과 같은 스타일링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정하게 디자인된 LED 테일램프는 발광면을 테일게이트 중앙 상단의 엣지를 따라 이어지도록 하여 일체감을 높이는 한 편, 수평기조에 충실하게 디자인된 리어범퍼와 하부로 안정감 있는 뒷모습을 완성한다.

군더더기 없이 쓰임새 좋은 실내
티록의 인테리어는 외관만큼이나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이다. 대시보드는 수평기조에 충실하게 만들어져 있는데, 디자인이 전면부의 통합된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연상케하는 형상을 취하고 있는 점이 재미있다. 중앙의 디스플레이는 해상도도 선명하고 터치감도 준수한 편이다. 인터페이스는 현재 대부분의 폭스바겐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따르고 있어, 무난한 사용 편의성을 갖는다. 오디오는 비츠(Beats)의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전반적으로 저음역이 유달리 강조되어 있는 음색을 들려준다. 차량에는 앞좌석 2개, 뒷좌석 2개로 총 4개의 USB 포트가 제공되는데, 모두 C to C 타입을 사용하며, 고속충전도 지원된다.

또한 공조장치 패널이 화면 속으로 숨어들어가지 않고, 물리 다이얼과 버튼으로 구성한 점 또한 아주 마음에 든다. 최근 몇 년 간 공조장치 패널을 터치패드식을 사용하거나 아예 중앙 디스플레이에 내장시켜버리는 자동차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대체로 운전 중 조작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롭게 개발되어 출시되고 있는 폭스바겐 자동차들이 점차 터치스크린 내장형으로 변화해 가고 있는 데다, 최근 유럽서 공개된 신형 티록은 8세대 골프와 유사한 타입의 터치 패널을 채용하고 있다. 

운전석은 신체를 탄탄하게 지지해준다. 시트의 경도는 전반적으로 단단하게 느껴지지만 이 경도 설정이 실로 절묘해서 장시간의 주행에서도 몸이 배기거나 하는 일이 없다. 적당한 텐션으로 일관되게 받쳐주는 착좌감이 인상적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모두 기계식으로 조절하는데, 등받이 각도조절의 경우에는 운전석이 다이얼식, 조수석은 레버식이다.

뒷좌석은 소형 크로스오버로서 무난한 수준의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좌석 양쪽 착좌부는 신체가 닿는 부분을 약간 파낸 형상으로 만들어져, 체감 상으로 좀 더 넉넉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헤드룸과 레그룸 모두 성인 남성 기준으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파노라마 선루프가 적용되는 경우, 개방감이 크게 높아져, 체감 상의 공간감이 더욱 커지는 효과를 낸다.

트렁크 용량 또한 소형 크로스오버로서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티록의 기본 트렁크 용량은 445리터이며, 뒷좌석을 접으면 총 1,290리터까지 늘어난다. 최근에 출시된 모델 답게, 트렁크의 바닥 높이를 2단계로 조정할 수 있으며, 빈틈없이 잘 짜여진 내부 공간 구조 덕분에 짐을 싣고 부리기 편리하다.

충실한 동력성능, 탄탄한 기본기가 인상적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폭스바겐 티록은 모두 EA288 evo 2.0 디젤엔진과 7단 DSG 듀얼클러치 변속기로 구성된 파워트레인을 장비한다. EA288 evo 2.0 디젤엔진은 150마력/3,000~4,200rpm의 최고출력과 36.7kg.m/1,600~2,75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구동방식은 전 트림 전륜구동만 적용된다.

폭스바겐 티록의 정숙성은 유럽권 출신의 디젤 소형 크로스오버임을 감안하면, 그럭저럭 감내할 만한 정도라고 본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디젤 엔진을 탑재한 소형 크로스오버로서 용납이 가능한 마지노선에 걸쳐있다고 생각한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의 차단에 있어서도 현행의 티구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로 느껴진다. 승차감의 경우에는 이 차의 좌석과 아주 비슷하게, 대체로 탄탄한 느낌이다. 노면의 충격을 대체로 강하게 받아내는 편이지만, 그 덕분에 차체가 이리저리 출렁이는 느낌이 없는, 전통적인 유럽식 소형차의 느낌에 한없이 가깝다.

동력성능은 준수하다. 체감 상으로는 같은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8세대 골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동력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 제원 상 0-100km/h 가속 시간은 8.8초로, 일상을 위한 자동차로서 충실한 순발력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중저회전대 토크가 강력한 디젤 엔진의 특성으로 인해 일상적인 운행은 물론, 추월가속에서도 스트레스 없이 속도를 올릴 수 있다. 이렇게 충실한 감각의 가속은 7단 DSG의 역할도 크다고 본다. 변속충격이 다소 있긴 하지만 직결감이 우수한 덕분에 동력이 새어나간다는 느낌을 거의 주지 않기 때문이다.

차량의 기본적인 운동성능과 조종성능 면에서도 기본기가 튼실하게 잘 다져진 느낌을 받는다. 섀시가 주는 느낌이 좋은 편이고, 탄탄한 하체와 스티어링 시스템 등이 느슨하지 않아 나름대로 즐겁게 차를 조종할 수 있다. 비록 형태는 크로스오버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조종 중에 느껴지는 질감은 지상고를 높인 골프와도 같은 느낌이다.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히 반영하며, 차체의 전반적인 움직임 또한, 작은 차에서 기대할 수 있는 발랄한 맛이 살아있다. 전반적으로 기본기가 탄탄하게 잘 다져진 느낌을 주는 몇 안 되는 소형 크로스오버이기에 더 인상에 남는다.

우수한 연비, 접근성 높은 가격대는 장점
폭스바겐 티록의 공인연비는 도심 15.2km/l, 고속도로 17.6km/l, 복합 16.2km/l다. 시승을 진행하며 기록한 구간 별 평균연비 역시 공인연비와 크게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도심 주행의 경우에는 정체구간만 지나지 않는다면 공인연비와 같거나 약간 밑도는 정도의 연비를 보이며, 고속도로를 정속주행하는 경우에는 공인연비를 웃도는 결과값도 심심찮게 나온다. 물론 이전만큼 가솔린 차종 대비 유류비 절감 효과는 누릴 수 없겠으나, 적어도 연비가 뛰어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장점이다.

여기에 차량 가격 또한, 출시 초기 대비 무려 300만원 이상 내려가 접근성은 더욱 좋아졌다. 티록은 스타일(Style), 프리미엄(Premium), 프레스티지(Prestige)의 총 3개 트림으로 판매되는데, 차량 가격은 스타일 32,414,000원, 프리미엄 36,341,000원, 프레스티지 38,304,000원이며, 여기에 폭스바겐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  추가로 1% 할인이 적용되어 스타일 32,084,100원, 프리미엄 35,971,100원, 프레스티지 37,914,100원(VAT 포함, 개소세 3.5% 기준)에 구매할 수 있다. 아울러 전트림에 레인 어시스트를 포함한 능동안전사양이 탑재된다. 단, 선행차량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주행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프리미엄 트림부터, 후방카메라의 경우에는 프레스티지 트림에만 기본 적용된다.

잘 만들었지만 파워트레인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폭스바겐 티록은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주는 소형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호불호가 거의 갈리지 않을 단정하고 무난한 외관과 더불어, 투톤 외장 색상, 비츠 사운드 시스템, 우수한 연비, 그리고 접근성 높은 가격대에 이르기까지, 20~30대의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여기에 잘 짜여진 내부 구조는 물론, 기본기에 충실한 주행질감을 겸비하고 있어, 더욱 좋은 경험으로 남는다.

하지만 파워트레인의 구성에 있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디젤 승용차가 급격한 쇠락을 맞이했을 뿐만 아니라,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SUV=디젤"이라는 공식조차 깨져버린 2020년대의 대한민국 시장에 왜 굳이 디젤 하나만 달랑 가지고 들어왔는지 말이다. 대한민국의 자동차 시장의 분위기는 이미 디젤을 '손절'하고 있는 상황에 놓여 있을 뿐만 아니라, 전례없이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로 요소수 사용이 강제되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올해 초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유가마저 폭등하는 바람에 디젤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경제성을 누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티록이 국내 시장에서 더욱 매력적인 차로 다가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파워트레인의 다변화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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