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G25
G 시리즈는 인피니티의 베스트셀러다. 브랜드의 판매를 이끄는 견인차다. 현재 인피니티 G 시리즈는 세단과 쿠페, 컨버터블의 세 가지 보디로 나온다. 국내에서는 보디 타입에 따라 출력을 차별화한 3.7L 329~337마력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물렸다. 하지만 늘 G25가 아쉬웠다. 오너에 따라서 G37의 성능은 필요 이상 강력했기 때문이다.
글 김기범|사진 닛산자동차
인 피니티가 드디어 G 시리즈에 V6 2.5L 엔진을 얹었다. 일본 내수용인 닛산 스카이라인엔 진즉 얹었던 심장이다. ´다운사이징´한 엔진을 더하면서 G 시리즈의 메뉴가 확 늘어났다. 자동과 수동변속기(G37 스포츠), 뒷바퀴와 네바퀴굴림(G25x와 G37x)을 조합하고 옵션으로 차등을 둔 트림까지 더하면, 북미에서 고를 수 있는 G 시리즈는 10개나 된다.
2006년, G 시리즈는 4세대로 진화했다. 당시 인터뷰한 닛산자동차 상품기획본부 상품기획실의 쿠니미 신지(國見眞志)는 2세대 G 세단을 "육감적이며 섬세한 고성능 럭셔리 세단"이라고 정의했다. 아울러 그는 유럽의 고성능 세단을 웃도는 성능, 널찍한 공간, 운전자 중심의 고품질 인테리어를 4세대 G의 핵심으로 꼽았다.
4 세대 G 세단은 1세대보다 비틀림 강성은 40%, 차체 앞쪽의 휨 강성은 190%나 높였다. 용접 포인트를 4,450군데에서 5,000군데로 늘리고, 레이저 용접 부위를 이전의 2.8m에서 8.4m로 3배나 늘린 덕분이었다. VQ 엔진은 80%를 새로 설계했다. 그래도 성에 차질 않았던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기량을 3.7ℓ로 키우고 자동변속기를 5단에서 7단으로 바꿨다.
G25 의 외모는 G37과 판박이다. 차이점도 있다. 우선 휠 디자인이 다르다. 사이즈도 17인치 한 가지뿐이다. 엔진은 여전히 VQ 시리즈. 하지만 배기량이 2.5L다. 보어와 스트로크 모두 줄였다. 엔진의 압축비도 살짝 더 낮다. 최종감속비만 3.357로 같을 뿐 1.00의 5단만 빼곤 나머지 기어비가 전부 다르다. 하지만 휠을 빼곤, 눈엔 전혀 띄지 않는 차이다.
엔진은 최고출력 221마력, 최대토크 25.8kg·m로 G37과 꽤 차이 난다. 힘의 정점을 내는 엔진회전수도 낮아졌다.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워도 먹먹한 정숙성은 유지된다. 하긴 337마력짜리 G37 쿠페도 조용하긴 마찬가지였다. 나날이 까다로워지는 소음 규제 때문인지, 3세대까지만 해도 튜닝 머플러 단 것처럼 자극적이었던 사운드가 4세대에선 자취를 감췄다.
고회전에서의 진동과 소음은 VQ 엔진의 오랜 핸디캡이었다. 배기량을 키워 VQ37VHR로 진화하면서 더욱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그래서 인피니티는 엔진룸과 머플러의 볼륨을 한껏 낮췄다. 그러자 고회전에서 달갑지 않은 소음이 되레 두드러졌다. 반면 VQ25VHR 엔진은 적당히 기분 좋은 음색으로 속삭인다. 토크밴드도 낮아서, 볼륨도 딱 만족스럽다.
점진적인 가속은 굉장히 매끄럽다. 발가락에 조금만 힘을 줘도 벌컥벌컥 뛰쳐나가던 G37보다 한층 점잖다. 기어는 은밀하고 민첩하게 치고 오른다. 다소 서두르는 느낌도 없지 않다. 연비를 감안한 세팅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오르내릴 계단이 많다보니 어중간한 가속 땐 가끔 허둥대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있는 듯 없는 듯 무난한 반응을 보였다.
배기량을 줄였지만, 급가속 땐 VQ 엔진 특유의 맹렬함이 살아 있다. 특히 고회전으로 토크를 새빨갛게 달궈 쓰는 맛이 일품이다. 또한, 마음 놓고 채찍질해도 안심할 수 있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힘이 넘쳐 섣불리 밟기 조심스러웠던 G37과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재미는 어느 정도 희생됐다. 딸깍거리는 마그네슘 시프트 패들 또한 사무치게 그리웠다.
핸들링은 G37과 비슷하다. 다만, 파워의 절대치가 낮다 보니 아무래도 섀시의 한계가 더 멀게 느껴진다. 코너에서는 언더스티어로 쉽게 흐르는 편인데, 액셀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 쉽게 자세를 추스르는 편이다. 공격적인 외모와 달리 승차감은 편안하다. 인피니티가 스스로 겨냥한 라이벌, BMW 3시리즈보다 뚜렷이 앞섰다고 자부하는 점이다.
하지만 정제된 맛은 아쉽다. 어디로 튈지 모를 사춘기 청소년처럼, 차분하다가도 종종 거들먹거린다. 출발할 때 자주 노면을 놓치는 타이어나 FM 플랫폼 특유의 자극적인 핸들링 때문일 수 있다. 한편으로 이런 성향은 인피니티의 운전재미를 부각시킨 요소이기도 했다. 그러나 과격한 운전에 금세 맥이 풀리는 브레이크는 긍정적으로 해석이 어려운 단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