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카마로
  • 안민희
  • 승인 2012.07.11 00:00

인 터넷이 보급되기 전인 90년대 초에 자동차 꿈나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유일한 방법은 자동차 잡지였다. 또는 신문에 나온 자동차 기사나 광고를 스크랩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시골에 살고 있던 기자는 당시 자동차 잡지의 존재도 몰랐다.

당 시에는 동사무소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시민들을 위해 읽을거리를 제공했다. 그 때 처음으로 펼친 자동차 잡지에 실린 4세대 카마로는 환상적이었다. 차체를 날카로운 스타일링으로 휘감고 노려보는 인상은 국산차만 봤던 시골 소년에겐 문화 충격이나 다름없었다.

어린 마음에 덜덜 떨며 그 책을 몰래 숨겨 집으로 돌아가 몇 번이고 읽었다. 카마로는 이런 차다. 순수한 소년을 도둑놈으로 만들만큼 아찔한 스타일링을 갖추고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한다.




지 금 나오는 카마로는 5세대 모델이다. 1967년 1세대 모델이 나온 것을 감안하면 5세대 모델에 이르기까지 제법 오래 걸렸다. 모델 변경주기도 길었지만 후속 모델 없이 단종되는 굴욕도 겪었기 때문이다. 만약 2006년 북미국제모터쇼에서 카마로 컨셉트카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면 5세대 카마로는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잃 어버린 시간을 보상 받으려는 듯 카마로는 영화계로 달려갔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에서 친근한 로봇 ´범블비´ 역할을 맡았다. 그 결과 전 세계 수많은 소년들과 어른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영화로 쌓은 인지도와 인기에 힘입어 한국 땅도 밟았다. 쉐보레 브랜드의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카마로의 디자인은 1~2세대 모델에서 영감을 받아 재창조됐다. 굴곡진 라인을 비롯해 몇몇 디자인적 특성을 가져왔다. 여기에 미래지향적 분위기를 더해 날카롭게 다듬었다. 과거의 향수와 최신 유행이 공존한다.


두 눈 크게 뜬 원형 헤드램프와 높게 새운 콧대마냥 뾰족하게 튀어나온 그릴이 어우러져 날카로운 인상을 만든다. 옆모습은 전통적인 머슬카다. 뒷바퀴의 펜더는 후륜 구동 머슬카의 상징처럼 존재감을 뽐낸다. 부풀리고 구부려 뒷바퀴의 힘을 강조했다.

패스트백 스타일로 잘라낸 꽁지에는 검게 칠한 디퓨저를 달았다. 머플러도 좌우로 나눠 달아 멋을 냈다. 테일램프에도 재치를 부렸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줄지어 들어선 LED가 선글라스 모양으로 빛난다.

인 테리어 또한 옛 머슬카의 흔적을 곳곳에 살렸다. 사각형으로 분리된 타코미터와 속도계, 기어박스 앞으로 자리한 4개의 보조 계기판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센터페시아에 뭉쳐있는 에어컨, 오디오 조작부는 버튼을 크게 키우고 둥글려 전자제품마냥 젊은 감각으로 디자인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아쉽다. 평평하게 내려오는 대시보드의 디자인은 너무 단순해 썰렁한 느낌마저 든다. 화려하게 치장한 겉모습에 비하면 실내가 초라해 보일 만큼 원가 절감에 힘 쓴 눈치다.


카마로의 고향인 북미 시장에서야 V8 6.2L 엔진을 얹어 400마력을 넘기고, 고성능 버전인 ZL1은 수퍼차저를 얹어 580마력을 낸다. 반면 국내에 들어온 카마로는 기본형인 V6 3.6L 엔진을 얹는다. 변속기는 자동 6단.

2012 년형 카마로는 성능을 살짝 높였다. 11마력 오른 323마력의 최고출력을 6800rpm에서 내고, 38.5㎏·m의 최대토크를 4800rpm에서 낸다. 머슬카는 토크라며 저회전형 엔진을 끝까지 고집하던 기본형 모델들도 이제는 엔진 회전수를 높여 힘을 쥐어짠다. 복합 연비는 8.4㎞/L. 도심 연비는 7.2㎞/L, 고속도로 연비는 10.5㎞/L이다.

편 의 및 안전장비는 기대하는 만큼 충분히 챙겨 넣었다. 에어백은 앞좌석, 사이드, 커튼 등 총 6개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차체를 잡아줄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과 타이어 공기압 감지 장치 또한 달았다. 편의사양으로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열선 기능을 갖춘 전동시트, 크루즈컨트롤, 선루프, 룸미러에 자리한 후방 디스플레이 기능을 꼽을 수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동급 라이벌과 차별화되는 카마로의 장점이다. 그래픽이 화려하진 않지만 시인성이 좋다. 곡을 바꿀 때 곡명도 표기해준다.




카마로의 가격은 4880만 원.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봤던 범블비를 생각하면 당장 카마로를 사서 달리고 싶다. 하지만 라이벌이 등장한다. 포드 머스탱. 카마로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머슬카의 아이콘이다.

국내에 들여오는 머스탱 또한 카마로와 비슷한 성능을 갖췄다. V6 3.7L 엔진으로 309마력을 낸다. 가격은 4110만 원으로 카마로를 고민한다면 비교선상에 올려놓을 수밖에 없다. 
 

800만 원에 가까운 차이다. 하지만 그 차이는 충분히 좁혀진다. 편의 장비와 AS 때문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카마로를 미국 사양과 비교하면 편의장비를 최대한 갖춘 ´풀 옵션´에 가까운 사양이다.

카마로는 반은 국산차, 반은 수입차나 다름없다. 쉐보레를 통해 국내에 수입되는 만큼 정비의 편의성도 높다. 게다가 HUD 등 머스탱에 비해 조금 더 많은 편의장비를 제공한다. 가격보다는 더 마음이 끌리는 차를 선택할 문제다.
 

국 산차나 다름없는 쉐보레의 엠블럼이라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누구도 카마로를 보통차로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비록 영화 속 범블비처럼 변신은 못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타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팍팍 꽂힌다. 머슬카의 기본 덕목인 ´자랑´은 질리도록 할 수 있다.

과 거의 차가 같은 거리를 달리고 있다. 모습은 바뀌었지만 멋진 자태는 여전하다. 아마 자동차 꿈나무 중 일부는 범블비, 혹은 카마로를 보고 자동차에 빠져들 것이다. 당장 가질 수 없어서 가슴앓이도 하겠지만, 결국 카마로를 넘어 차란 존재 자체에 푹 빠질 것이다. 그 옛날의 나처럼.

글 안민희│사진 쉐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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